네넴 R2 [마법]
어느 유서 깊은 나라, 그 나라 안에서도 시골에 있는 작은 마을 반마타운. 그 마을의 변두리 지역에 동그랗고 커다란 집이 있었습니다. 네넴은 그 집에 있는 방 중에서 아침 햇살이 스며드는 방으로 살며시 들어갔습니다. 침대에는 이 집의 주인인 마녀 이블린이 쌔근쌔근 숨소리를 내며 잠들어 있었습니다.
"선생님, 일어나세요. 아침이에요오."
"어머... 벌써 일어날 시간이 되었나 보네. 좋은 아침이야, 네넴."
이블린은 소녀처럼 보이는 모습이었지만, 사실은 천 년이 넘는 세월을 살아온 매우 훌륭하고 착한 마녀입니다. 네넴은 마녀 이블린의 제자이자 가정부로서 바쁘게 살고 있었습니다.
"오늘은 누가 오는 거니?"
아직 잠이 덜 깬 이블린이 네넴에게 물었습니다.
"조금 이따가 그라이바흐님이 오실 예정입니다아."
네넴은 코르크 보드에 붙어있던 메모에 쓰여있는 내용을 보고 이블린에게 전해주었습니다. 사람들과는 약간 다른 시간의 흐름 속에서 살고 있는 마녀에게 인간 제자는 없어서는 안 될 존재입니다.
"그래... 목욕을 해야겠네. 목욕 준비를 부탁할게."
"네에."
이블린의 집에는 매일같이 사람들이 찾아오고 있었습니다. 찾아오는 손님들은 매우 다양해서 이 나라의 왕일 때도 있었고, 돈이 많은 귀족일 때도 있었고, 또는 큰 병 때문에 괴로워하는 사람의 가족일 때도 있었습니다.
"네넴, 심부름 좀 다녀와줄래?"
이블린의 말을 들은 네넴의 눈이 반짝반짝 빛났습니다. 이블린의 심부름은 모험이 시작된다는 신호나 마찬가지였습니다.
"우후후후, 즐거운 쇼가 시작될 거야."
누군가의 중얼거림이 어둠 속으로 녹아들어 사라졌습니다.
"다녀오겠습니다!!"
네넴은 친구인 요정 C.C.와 함께 심부름을 하기 위해 집을 떠났습니다. 이번 심부름은 북쪽에 위치한 산에 피는 「일곱 빛깔로 빛나는 꽃」을 바구니에 가득 채울 정도로 따오라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북쪽 산으로 가는 길에는 위험한 일들로 가득했습니다. 산에 사는 심술궃은 언덕의 난쟁이나 커다랗고 무서운 식물들이 방해를 했습니다.
"케케케, 일곱 빛깔 꽃은 우리 것이다. 이곳을 지나갈 수 없을걸."
"무슨 소리야! 당신만은 위한 꽃이 아니잖아!"
"C.C. 도발에 넘어가면 안 돼!"
심술궃은 언덕의 난쟁이는 기묘한 춤을 추면서 네넴과 C.C.에게 마법 공격을 퍼부었습니다.
"아휴, 정말 안 되겠네! 정령아, 도와줘!"
네넴도 질 수 없다는 듯이 정령 친구를 불러내서 언덕의 난쟁이와 맞서 싸웠습니다.
"끄악! 무슨 짓이냐!"
"나도 싸울 수 있다고!"
난쟁이의 머리에서 연기가 피어 올랐습니다. C.C.가 작은 대포를 손에 들고 의기양양한 모습으로 말했습니다.
"내 과학의 힘이 어떠냐! 내 입으로 말해놓고도 쑥스럽네."
C.C.는 요정 중에서도 한층 더 머리가 좋았기 때문에 매우 강한 무기를 잔뜩 갖고 있었습니다. 네넴은 친구인 C.C.와 함께 심술궂은 난쟁이의 방해를 이겨내고 「일곱 빛깔로 빛나는 꽃」을 따서 집으로 돌아갈 수가 있었습니다.
"고마워, 네넴. 쉽지 않았을 텐데 잘해냈네."
"에헤헤."
네넴은 이블린이 머리를 쓰다듬어주자 수줍게 웃었습니다. 네넴에게 있어서 훌륭한 마녀인 이블린에게 칭찬을 받는다는 것은 더할 나위 없는 기쁨이었습니다.
네넴은 이블린의 제자이자 조수로서 부지런히 일하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 한 소녀가 이블린의 거처로 찾아왔습니다.
"돌아가. 여기엔 네가 원하는 것 따윈 없어."
하지만 이블린은 그 소녀를 보자마자 화를 내며 큰소리로 말했습니다.
"그렇지 않아. 내가 원하는 것은 당신이야."
"이 집에서 나가. 우리에게 상관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을 텐데."
"내가 당신이 시키는 대로 순순히 따를 리가 없잖아."
소녀가 그렇게 말하더니 손가락을 튕겨 소리를 냈습니다. 그러자 이블린이 그 자리에서 기절하고 말았습니다. 소녀는 큰 힘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그 힘으로 나쁜 짓만 일삼는 마녀였습니다.
"선생님!"
"당신이 소중하게 생각하는 마녀는 내가 데려갈게. 아하하하하."
나쁜 마녀는 이블린을 데리고 어디론가 사라졌습니다.
"얼른 쫓아가야 해!"
네넴은 안간힘을 쓰며 나쁜 마녀를 쫓아갔습니다.
"C.C.! 큰일났어! 선생님을 구하러 가야 해."
네넴은 C.C.의 힘을 빌리려고 C.C.를 불러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기다려봐도 C.C.는 나타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부름에 응답하지 않는 C.C.가 신경 쓰이긴 했지만 이블린을 빨리 구해내야만 했습니다. 네넴은 혼자서 나쁜 마녀를 쫓아가기로 했습니다.
마녀를 쫓아가는 동안에도 힘든 일들이 끊임없이 이어졌습니다. 마녀의 수하들이 네넴을 방해하기 위해 쉴 새 없이 나타났습니다. 심술궂은 언덕의 난쟁이도 나쁜 마녀의 수하가 되어 네넴의 앞길을 가로막았습니다.
"마녀님의 뜻을 거역하는 자는 인정사정 봐주지 않겠다."
몸의 절반이 기계로 만들어진 소녀가 팔에서 마법을 뿜어냈습니다.
"선생님을 구할 때까지 절대로 포기하지 않을 테야!"
네넴은 기계 소녀의 격렬한 공격에도 물러서지 않고 정령을 불러내서 함께 싸웠습니다.
"크윽, 더 이상 버티지 못..."
"선생님, 부디 무사하시길."
네넴은 기도하는 심정으로 길을 따라 전진했습니다.
네넴은 별이 아름답게 반짝이는 밤이 되어서야 간신히 나쁜 마녀의 성에 도착했습니다.
"내 성에 온 걸 환영해."
나쁜 마녀의 뒤에 놓여있는 관에 이블린이 누워 있었습니다.
"선생님은!? 선생님은 무사하신 거야!?"
"아하하하하, 글쎄 어떨까?"
나쁜 마녀는 보란 듯이 커다란 동작으로 웃었습니다.
"선생님!"
네넴이 이블린에게 다가갔습니다. 하지만 그 순간, 이블린의 몸이 흐릿해지더니 주사위 같은 모양으로 변해 공중으로 사라져버렸습니다.
"진짜 선생님은 어디다 숨겼어!?"
네넴이 정령을 소환하여 나쁜 마녀에게 마법 공격을 했습니다. 하지만 정령도 마법도 모두 다 주사위 모양으로 변해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어머, 아직도 이 세계가 현실이라고 믿고 있니? 아하하하하, 너무 웃긴다!"
나쁜 마녀는 계속해서 웃었습니다.
"무슨 뜻이지!?"
"이 놀이도 이젠 끝이야. 엄마, 이번에는 뭐하고 놀까? 더 재미있는 놀이였으면 좋겠는데."
"왜 나를 엄마라고 부르는 거지? 당신은 도대체 누구야!?"
"글쎄? 근데 엄마는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알고 있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허구와 현실을 구별할 수 있는지 묻고 있는 거야."
나쁜 마녀가 손가락을 튕겨 소리를 낸 순간, 마녀의 성이 이블린이나 정령처럼 주사위 형태로 변해 공중으로 사라졌습니다.
"이게... 뭐야..."
방금 전까지만 해도 마녀의 성에 있는 창문을 통해 반짝이는 별이 보이는 밤이었지만, 지금은 아무것도 없는 칠흑 같은 공간이 펼쳐져 있었습니다.
"이게 엄마가 마주해야만 하는 현실이야. 하지만 안심해, 금방 즐거운 세계로 데려가 줄 테니까."
"나는 이 경치를 어디선가 본..."
네넴은 흐려지는 의식 속에서 끊임없이 울려 퍼지는 마녀의 날카로운 웃음 소리를 듣고 있었습니다.
"다음에는 어떤 쇼를 만들어볼까? 기대되는 걸. 그치? 엄마."
-THE END -
'No.41~50 > 네넴' 카테고리의 다른 글
(번역본) 네넴 R4 [엄마] (0) | 2017.08.07 |
---|---|
네넴 R3 [암흑] (0) | 2016.08.09 |
네넴 R1 [불가사의] (0) | 2016.01.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