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켄 R2 3372년 [자동기계]
워켄은 댄의 병원을 나와 여행을 떠났다. 댄이 죽은 후에도 한동안은 병원에서 일하고 있었지만, 남다른 능력을 가진 신원미상의 남자를 병원의 모든 사람이 멀리하고 경계했다. 댄의 신뢰만으로 받아들여졌던 처지였기에 그것은 당연하다고도 할 수 있었다. 워켄은 오토마타의 잔해를 처분하고 최소한의 자료와 중요한 공구만을 가지고 병원을 떠났다.
여행을 떠난 후에도 “꿈”은 점점 더 마음을 침식해갔다. 결여된 기억은 일그러지고 불안정한 이미지로 가득 차있었다. 자기 손으로 자신이 누구인지를 찾아내지 않으면 아무것도 시작되지 않는다. 워켄은 그렇게 생각했다. 자신에겐 오토마타에 대한 집착과 단편적인 기억만이 남아있었다.
정처 없는 여행을 계속하던 도중, 말 형태의 오토마타를 타고 달리는 한 무리와 만났다. 작동하고 있는 오토마타를 보는 것은 처음이었다. 깃발에 그려진 문장은 그란데레니아제국의 기병단이라는 것을 나타내고 있다. 아마도 외교사절을 지키기 위해 수행하고 있는 듯했다. 제국에는 오토마타가 아직 존재하는 것인가, 아니면 새로운 오토마타가 엔지니어의 손에 의해 만들어지고 있는 것인가. 워켄은 정보를 모으며 북쪽에 있는 제국령으로 향했다.
워켄은 제국의 남단에 있는 캄브레 마을에 도착했다. 그저 일개 방랑자인 워켄이 연줄도 없이 제국의 도시에 들어가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황야에 둘러싸인 거대도시는 높은 장벽에 의해 지켜지고 있어, 이방인이 허가 없이 들어갈 수는 없다.
그러나 거대도시 로젠부르그와 가까운 이 요새도시는 교역이 번성했다. 그 때문에 장벽의 바깥쪽에는 교역을 담당하는 스톰라이더나 상인, 난민들에 의해 빈민가가 형성되어 있어 워켄은 그곳에 몸을 맡기기로 하였다. 소용돌이의 위협이 다가오면 장벽의 밖에 있는 자들은 전부 날아가 버린다. 그런데도 큰 나무에 바싹 붙는 것처럼 사람들은 모이고 서로 보살피며 살고 있었다. 그런 장소는 과거가 없는 워켄에게는 살기 편한 장소기도 했다.
장벽의 영향력 바깥쪽에 만들어진 통상적인 성문이 열리고 말 형태의 오토마타에 탄 기병단이 떠나간다. 그 위세는 혼란스러운 지상에서 최대의 영토를 자랑하는 제국의 힘을 상징하고 있었다.
좀처럼 기병단을 볼 일은 없었지만, 어느 날 빈민가 근처에서 움직일 수 없게 된 말 형태의 오토마타를 수리하고 있는 남자를 발견했다. 오토마타는 정교하고 편리한 기계지만, 당연히 정기점검 없이는 움직임을 지속할 수는 없다. 그 남자는 말 형태의 오토마타의 목 부분에 있는 콘솔에 테스트 코드를 입력하면서 동작확인을 실행하고 있었다. 워켄은 한동안 남자의 작업을 지켜본 후, 말을 걸었다.
“작동장치의 브러시 소모 체크는?”
“넌 뭐야?”
“지상에서는 오토마타가 드물어서 말이야.”
남자는 그랜트라고 이름을 밝혔다.
“자네도 엔지니어 같군. 언제 내려왔나?”
그랜트는 작업을 계속하면서 말했다.
“아니, 판데모니움에 있었던 적은 없어.”
워켄은 설명하기 곤란해서 얼버무렸다.
“호오, 그럼 어째서 오토마타에 대해 알고 있나?”
“과거의 기억이 없다. 어째서 오토마타의 지식이 있는지도 몰라.”
“재미있는 변명이군. 뭐, 좋아, 지상에 내려온 엔지니어가 과거를 숨기는 것도 이해할 수 있지.”
“상당한 수의 말 형태 오토마타를 봤어. 다른 오토마타도 지상에 있나?”
“새로운 지도자가 방침을 바꿨어. 녀석은 엔지니어를 지상에 파견하기 시작했어. 더군다나 작업용 오토마타의 양산과 지상 국가로의 매각도 말이야.”
“지도자가 바뀌어 있었나. 지금의 지도자는ㅡ”
그랜트는 워켄이 지상에 내려온 전직 엔지니어라고 생각하고 있다. 워켄은 그렇게 생각하게 두는 것이 낫다고 생각해, 적당히 이야기를 맞춰주기로 했다.
“많은 연구자가 잡히고 살해당했다고. 이제는 지상으로 도망치는 것도 어려워졌어.”
“예전처럼 지상에 오토마타가 넘치게 할 생각인 건가?”
“그렇게는 되지 않을 거야. 잃어버린 기술도 많아. 인간 형태의 오토마타는 한대도 작동한 적이 없다고.”
“인간 형태는 없다…”
“많은 기술을 판데모니움이 건조된 때의 혼란으로 잃어버렸으니까. 지상에 있는 잃어버린 지식을 구하기 위해서 내려온 엔지니어도 있을 정도야. 그 녀석들은 그것을 고대의 사본에 본떠서 ‘코덱스’라고 부르고 있어.
“코덱스인가…”
“어때? 과거는 묻지 않을게. 이 마을에서 오토마타 기술자로서 일해보지 않겠나?” 너처럼 전직 엔지니어도 많이 있어.”
“다른 사람과 얽히면 트러블도 많다. 혼자서 해나가기로 했어.”
“그런가. 유감이지만 어쩔 수 없군. 하지만 조심하라고. 레드그레이브의 권력이 여기까지도 미칠 거야.”
“알았다. 고마워.”
자신이 원하는 인간형 오토마타의 기술은 아직 지상의 어딘가에 있다. 그 확신을 얻을 수 있었던 것은 큰 수확이었다.
워켄은 제국령의 빈민가에서 의사로 일하며, 오토마타의 유물 수집을 시작했다. 움직이는 오토마타가 존재한다는 것은 알았다. 제국에서 정비사를 하고 있는 그랜트와도 종종 만나게 되었다. 그와의 정보교환으로 새로운 지식을 많이 얻을 수 있었다.
무엇보다 오토마타의 에너지원인 케이오시움 배터리를 입수할 수 있게 된 것은 큰 수확이었다. 유물 중에서 가장 복구하기 어려운 부품이기 때문이었다. 장난감 같은 것들이긴 했지만 움직이는 오토마타가 조금씩 늘어나고 있었다. 애완용 오토마타 등은 제국의 부자들에게 팔리게 되어 그걸로 생활을 꾸려 나갈 수 있게 되었다.
“여기 신기한 오토마타, 황금시대 오토마타의 구경거리가 있습니다. 꼭 보고 가세요.”
어느 날 그런 공연을 소개하는 소리가 빈민가의 시장 근처 광장에서 들렸다. 짙은 붉은색과 칙칙한 흰색으로 칠해진 텐트 앞에서 광대 복장을 한 남자가 호객 행위를 한다.
“말하는 인형 외에도 트럼프 마술사에 차력사, 맹수 조련사까지 다 있어요.”
허술한 텐트 주위로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매우 진한 색채를 사용한 포스터에는 구체관절 인형이 생동감 있게 그려져 있다. 주변에는 아이들이 잔뜩 있다. 워켄은 끌려가듯이 티켓을 사고 붉은 텐트로 향했다.
아이들에 뒤섞여 텐트 안을 걸어 들어가니 인형들이 장식되어 있었다. 그것은 저렴한 판금세공의 신체를 공기압의 조작으로 움직이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뿐인 단순한 장난감이었다. 아이들이나 속일 법한 잡동사니였지만, 어린 관객은 환성을 지르며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일말의 기대를 하고 있던 자신이 우스워져서 워켄은 홀로 쓴웃음을 지었다. 서커스 같은 색채와 분위기가 왠지 그립다는 감정과 함께 자신을 끌어당긴 것이었다. 붉은 텐트의 빛에서 빠져나와 평소와 다름없는 세계에 돌아오니 워켄의 마음속에는 무언가 술렁거리는듯한 감상이 남았다.
“이곳에서 오토마타의 수리를 하고 있다고 들었는데요.”
워켄이 공방에서 작업하고 있을 때 여자가 찾아왔다.
“보시는 대로 오토마타의 공방입니다.”
빈민가의 외곽에 있어 인적이 드문 워켄의 공방을 방문하는 인물은 적었다. 처음부터 큰일은 그랜트의 중개로 하고 있었다. 무미건조한 건물이고, 그 건물 안에는 어쩐지 기분 나쁜 인형이 잡동사니처럼 놓여있었다. 이상한 광경이다.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당신이 재생한 오토마타는 우리 사이에서 상당히 인기가 있어요.”
그렇게 말한 여자의 모습은 확실히 빈민가의 사람과는 분명하게 달랐다. 워켄은 고가의 옷감으로 만들어진 드레스를 처음 본다. 그녀의 뒤에는 마찬가지로 고가의 정장을 입은 남자가 서 있었다.
“어디에서 오셨습니까?”
워켄은 귀찮은 일이 되지 않기를 바라면서 조금 자세를 갖췄다.
“로젠부르그에서요. 당신의 실력을 신용해서 말이에요. 좀 봐주었으면 하는 ‘물건’이 있는데.”
드레스의 여자는 그렇게 말하더니 데려온 남자에게 손으로 신호를 보냈다. 곧 체격이 좋은 남자가 커다란 꾸러미를 양손으로 안아서 가져왔다.
“오래전부터 우리 집에 전해 내려오는 ‘물건’이에요. 움직일 수 있게 해줄 수 있나요?”
작업대 위에 눕혀져 포장이 벗겨진 그것은 인간형 오토마타였다. 사지도 제대로 갖춰져 있었고 상태도 꽤 좋았다. 등을 구부려 무릎을 껴안은 듯한 모습이었다.
“이렇게까지 상태가 좋은 것을 본 적이 없는데…”
워켄은 놀라움을 감추지 않았다.
“흥미를 가져주니 기쁘네요. 보수는 얼마든지 낼 테니까 움직이게 해주세요.”
“알겠습니다. 해보지요.”
이미 워켄은 이 오토마타에서 눈을 뗄 수 없게 되어 있었다.
“내 이름은 비르기트 엘스터드. 자세한 건 이 사람에게 들어요.”
그렇게 말하고 비르기트라고 이름을 밝힌 여자는 수행원인 남자를 남겨두고 떠났다. 워켄은 이 불가사의한 여자와 의문의 인형을 아무 말 없이 받아들였다. 오토마타의 출신보다도 이 진귀한 상태의 소재를 연구할 수 있다는 흥분에 사로잡힌 것이었다.
워켄은 바로 비르기트가 맡긴 오토마타의 조사에 집중했다. 근육과 외프를 잃어버린 오토마타는 칙칙한 흰색의 해골처럼 보였다. 오토마타를 검사하고 분석하다가 기묘한 것을 알게 되었다. 단순히 운반하기 위해서 굽혀져 있다고 생각했던 등이 처음부터 완만한 곡선을 이루도록 만들어져 있던 것이었다. 워켄은 복원 예상 데이터의 입체도안을 응시하고 있었다. 거기에는 이상한 형태인 남자 모습이 있었다.
“기묘하군.”
오토마타는 인간의 이상을 반영시키는 일이 가능하다. 즉, 어떤 형태일지라도 만드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팔이 몇 개가 있어도 좋고 어떤 기묘한 키메라를 만들던 자유였다. 그러나 어렴풋이 어둠이 느껴지는 괴이한 모습은 워켄의 마을을 꺼림칙하게 만들었다.
신체의 기능이나 형태는 시간을 들이면 복원될 것 같았다. 질감을 어디까지 인간에 가깝게 할 수 있을지가 도전 과제지만,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볼 때 별문제 없을 거라고 예상했다.
문제는 두뇌였다. 많은 하드웨어는 시간이 지나도 무사하다. 게다가 무사하지 않다고 해도 남아 있는 흔적으로 기능을 재현하는 것이 가능했다. 하지만 전자적으로 보호 유지되고 있는 소프트웨어는 하드웨어와 다르다. 그리고 이 오토마타의 소프트웨어는 대부분 손실된 것 같았다. 경험상, 처음부터 ‘~같은’ 것을 만들어 낼 수밖에 없었다. 괴이한 모습의 인간 형태 오토마타는 어떤 기능이 부여되어 있던 것일까? 워켄은 커다란 벽에 부딪혀 있었다.
고민만 해 봤자 어쩔 수 없다고 생각을 고쳐먹은 워켄은, 머리의 부품을 꺼내어 하나하나 기능을 조사해서 움직일 수 있도록 만들어 가는 작업을 시작했다. 의미해석 부분, 억제 모듈, 언어 모듈, 음운제어 부분 등을 조사하고 조립하고 고쳤다. 그 조사를 하던 도중, 잃어버렸다고 생각한 소프트웨어 정보가 상당히 남아 있는 것을 알게 되었다. 꽤 보존상태가 좋았던 것이다. 워켄은 신중하게 일을 진행하여 두뇌 부분의 조립을 끝냈다.
드디어 통합 테스트를 하는 단계에 도달했다. 새로운 안구나 귀의 내부, 귀의 외부 장치 등의 입력장치를 만들어 내고, 음성출력장치도 본체의 외부이긴 했지만 접속시켰다. 워켄은 가슴이 뛰는 것을 느끼면서 콘솔의 키를 눌렀다.
귀에 거슬리는 잡음이 스피커에서 흘러나온 후, 콘솔에 기동 시퀀스의 로그가 나타났다. 잠시 지나자 로그의 진행이 느려졌다. 지금 표시되고 있는 것은 정기적으로 갱신되는 하드웨어의 상태 모니터뿐이다. 그러나 안구의 움직임은 발생하지 않는다. 게다가 외견상, 이 오토마타의 마음에 무언가 등불이 밝혀진 것 같지도 않았다.
“역시 무리인가…”
워켄은 중얼거리며 외부 전원 스위치에 손을 대려고 했다. 그러자 괴이한 형태의 오토마타가 갑자기 안구를 움직여 워켄을 응시하기 시작했다.
“움직인 건가!?”
“오랜만이군. 미아님은 어디 계신가? 지금이라면 늦지 않았을 텐데.”
의미불명의 말을 중얼거리기 시작한 목뿐인 오토마타를 워켄은 눈을 깜박이는 것도 호흡도 잊은 채 넋을 잃고 바라보고 있었다.
- THE END -
'No.21~30 > 워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워켄 R5 3392년 [경계] (0) | 2016.04.06 |
---|---|
워켄 R4 3372년 [단편] (0) | 2016.01.30 |
워켄 R3 3372년 [지식] (0) | 2016.01.30 |
워켄 R1 3368년 [빼앗는 것] (0) | 2016.01.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