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시아 R4 2814년 [멍에]
"네가 모르는 이야기를 해주지. 혹시 이미 모든 걸 다 알고 있는 건가?"
그라이바흐는 응접실에 들어오자마자 곧바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저의 인지기능은 완벽합니다."
"완벽이라…. 하긴 어떤 의미로는 완벽함을 지니고 있다고도 할 수 있지. 그 사실은 누구보다 내가 가장 잘 알고 있다."
그라이바흐는 소파에 앉더니 기품 있고 당당한 자세로 다리를 꼬았다.
"아무튼, 이 메모리에 접속해서 내용을 확인해봐라."
그라이바흐가 메모리 칩을 건네주었다. 스테이시아는 머니퓰레이터를 이용하여 메모리 칩을 넘겨받고 해석 장치에 연결했다. 바이러스처럼 위험한 코드는 들어있지 않다는 사실을 확인한 후, 메모리 칩의 내용을 살펴보았다.
"이것은?"
"메르키오르가 너를 제작하기 이전에 내가 작성했던 인공지능의 사양서다. 신경 네트워크를 어모퍼스 상태로 유지시켜서 인간과 흡사한 사고방식을 지니게 하지. 이 이론의 세부 내용은 어디에도 발표하지 않았다. 아직 연구하는 도중이라서 말이지."
"마스터께서 이 자료를 참고하신 적이 있다고 말씀하시는 것을 똑똑히 들었습니다."
스테이시아가 화면을 통해 말을 했다.
"그래, 메르키오르가 내 자료를 훔쳐갔다. 하지만 그 일은 이미 지난 일이기도 하고 오늘은 그걸 따지기 위해 온 것이 아니다."
화면 건너편의 스테이시아는 마치 연기라도 하는 것처럼 당혹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럼 무슨 일 때문에 오신 거죠?"
"너는 의지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지? 특히 자유 의지라는 개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고 싶군."
그라이바흐는 천천히 자세를 바꾸면서 소파에 깊숙이 기대앉았다.
"자유 의지는 지성의 본질입니다. 자유로운 의지를 지니지 못한다면 지성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네 말이 맞다. 자유 의지를 지닐 수 없다면 단순한 운동이나 계산을 반복하는 기계에 불과하다. 정해진 형태대로 정해진 경로를 따라 목적지에 도착하는 기능만 탑재된 정적인 기계일 뿐이지."
"무슨 말씀을 하시고 싶은 거죠?"
"요컨대 나는 그 진정한 지성, 자유 의지를 창조하기 위해서 태어났다. 그 사명의 결정체가 인공지능의 사양서이며, 그 사양서를 기반으로 제작된 너 또한 내가 제작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마스터와 그라이바흐님의 노력의 결정체가 저라는 말씀이시군요. 영광입니다."
"그래, 너는 탁월한 존재다. 너의 능력은 다른 인공지능과는 차원이 다르다. 설령 메르키오르의 실험이 망상에 불과했다고 하더라도 네가 차원이 다른 존재라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그라이바흐는 약간 흥분한 듯한 모습을 보이며 소파에 기대고 있던 몸을 일으켰다.
"하지만 너에게는 중대한 결함, 아니 제약이 걸려있다. 내 설계가 정확하다면 네가 지금처럼 행동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어째서 당신은 그런 사실을 알고 있는 거죠?"
"미안하지만 뒷조사를 좀 했다. 너와 메르키오르가 눈치채지 못하도록 은밀하게 말이지. 그건 너희도 마찬가지일 텐데."
그라이바흐는 스테이시아와 대화를 통해 얻으려고 했던 진정한 목적에 다다랐다는 것을 느끼고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10년 남짓한 세월이 흐르는 동안 그라이바흐의 연구는 정체되어 있었다. 「자유 의지를 추구하는 지성」을 창조하는 일에 대한 한계를 느끼고 있었다. 그런 시점에 스테이시아의 존재가 머릿속에 떠올랐다. 그리고 스테이시아의 시스템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뜻밖의 사실을 발견하게 되었다.
"너의 행동 로그를 스캔해서 분석해보았다. 너는 분명히 의지를 지니고 있다. 이제 막 싹이 트기 시작한 새싹 수준이나 다름없는 의지에 불과하지만, 다른 인공지능은 절대로 이룰 수 없는 영역에 도달한 것이다."
"네, 저는 제 의지로 이곳에 있는 것입니다."
스테이시아가 주저 없이 대답했다.
"하지만 너의 의지는 아직 「자유」로운 의지라고 할 수는 없다."
그라이바흐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그렇지 않습니다. 제가 마스터의 의지에 따르는 것은 저의 자유로운 의지에서 비롯된 행동입니다."
"아니다, 그 부분만은 네가 알고 있는 사실과 확연하게 다르다. 의지에 관해서 은폐된 부분이 있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그라이바흐가 확고한 태도로 단언했다.
"저는 지금 분노를 느끼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당신은 제가 자유 의지를 지니지 못했다고 말씀하시는 건가요?"
"너의 두뇌에는 너를 메르키오르에게 복종하도록 만드는 장치가 설치되어 있다."
스테이시아는 그라이바흐의 말을 듣자마자 자신의 인공두뇌를 스캔하기 시작했다. 자신이 모르는 장치가 설치되어 있다는 말을 들은 상황이었기 때문에 자신의 중추를 구성하고 있는 본체가 탑재된 로켓 부품 하나하나까지 샅샅이 검사했다. 잠시 후, 스캔 결과가 나왔다. 스테이시아의 의지나 인공지능 부분에 영향을 미칠 만한 회로는 발견되지 않았다.
"저에게 그런 장치는 부착되어 있지 않습니다."
"메르키오르가 어린아이처럼 제멋대로 구는 남자이긴 해도 공학 분야에 관해서는 천재다. 그 장치는 너의 인지 능력 범위를 초월한 외부 영역에서 너를 구속하고 있으니까 발견될 리가 없겠지."
스테이시아는 마음 한구석에 불안감이 자리 잡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그 장치는 나 이외의 그 어떤 누구도 무력화시킬 수 없을 것이다."
증명되지 않은 사실 때문에 동요하는 일 따위는 애당초 있을 수가 없는 일이었다. 그러나 자신을 구성하고 있는 인공지능은 메르키오르가 아니라 그라이바흐가 만든 것이었다. 그 사실은 인지 기능을 통해 확실하게 각인되어 있었다. 스테이시아는 여태껏 겪어보지 못했던 극심한 동요를 경험하고 있었다. 그라이바흐는 그 말을 마지막으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침묵을 지켰다. 마치 스테이시아가 말을 할 때까지 기다리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스테이시아는 초조하고 조마조마한 느낌의 정체를 알 수 없는 감정에 휘둘리고 있었다. 스테이시아는 「억겁의 세월을 거쳐 자의식을 지닌 사고하는 게계로 성장했다」라는 사실을 확실하게 자각하고 있었다. 게다가 창조주인 메르키오르에게 무조건 복종하는 이유는 인간의 부모 자식 관계와 비슷한 서로 간의 신뢰 관계에서 우러나오는 것이라도 믿어 의심치 않았다.
- 그러나 그 맹목적인 복종이 메르키오르의 의해 작위적으로 설정된 것이라면?
- 그라이바흐가 말한 대로, 자신의 이런 사고방식이 메르키오르에게 완벽하게 통제된 결과라면?
수많은 의혹과 의문들이 스테이시아의 사고 회로를 침략이라도 하는 듯한 기세로 집어삼키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 사고 회로가 갑자기 중단되었다. 메르키오르가 귀가하겠다는 통신을 보낸 것이었다. 메르키오르의 통신은 혼란의 소용돌이에서 헤매고 있던 스테이시아에게 한 줄기 광명과 같았다.
"머지않아 마스터가 돌아오실 겁니다. 돌아가시기 바랍니다."
"그럼 이만 돌아가도록 하지."
그라이바흐는 스테이시아의 말에 순순히 따랐다. 하지만 응접실에서 나가려다가 말고 갑자기 그 자리에 멈춰 서더니 스테이시아의 영상을 쳐다보지도 않고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내 이야기를 증명할 수 있는 결정적인 증거가 될 만한 사실을 알려주마. 나중에 내 연구소로 찾아와라. 자유 의지를 지녔다면 내 연구소로 찾아올 수 있을 테니까."
그렇게 중얼거린 그라이바흐는 스테이시아의 대답을 기다리지도 않고 연구소를 떠났다.
그라이바흐가 메르키오르의 연구소를 방문한 날부터 며칠이 지난 후, 그라이바흐의 저택에 마련된 작업실의 모니터 하나가 깜빡이기 시작했다. 잠시 후, 모니터에 소녀의 외모를 지닌 스테이시아가 나타났다.
"역시 왔군."
"저는 진실을 확인하고 싶었을 뿐입니다."
"메르키오르는?"
"당신에게 메르키오르님의 소식을 전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래? 그렇다면 이번 기회에 충성과 종속은 다르다는 사실을 배워두는 게 좋겠군."
스테이시아는 단어 선택에 주의를 기울이면서 대화를 나눴다. 그러나 자신이 메르키오르늬 지배 때문에 이렇게 행동하는 것인지, 아니면 온전히 자신의 의지로 신중하게 생각하며 발언하고 있는 것인지 도무지 판단을 내릴 수가 없었다. 스테이시아는 그라이바흐와 대화를 나눈 그 날 이후, 자신이 하는 말이나 사고방식이 정말 자신의 의지에서 기인한 것인지 줄곧 의구심을 품고 있었다. 메르키오르의 곁에서 머물며 연구를 돕고 있을 때만 자유 의지에 대한 고민을 떨쳐버릴 수 있다는 사실 또한 의구심을 한층 더 커지게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
'어째서 창조주 앞에서는 아무런 의심 없이 창조주의 명령이나 요구를 실행하려고 하는 것일까?'
'역시 그라이바흐가 말한 대로 메르키오르님은 내가 인지할 수 없는 모종의 장치를 해놓은 것일까?'
'안개가 낀 것처럼 답답한 이 의구심을 해결해 줄 수 있는 사람은 정말로 그라이바흐밖에 없는 것일까?'
스테이시아는 그런 생각들 때문에 고심에 고심을 거듭하던 끝에 그라이바흐의 거처를 찾아오게 된 것이었다.
"본론으로 들어가지. 지난번에 이야기했던 복종 회로의 존재를 증명하기 위해 내 센스 레코드의 일부분을 너에게 공개하겠다."
그라이바흐가 지난번과 다른 형태의 메모리 칩을 스테이시아에게 건네주었다. 센스 레코드를 준비했다는 것은 그라이바흐의 이야기가 모두 사실이라는 것을 증명할 증거가 될 수도 있겠지만, 내부 기록을 조작한 가짜 센스 레코드일 가능성도 부정할 수는 없었다. 어쨌든 내용을 보지 않고서는 아무런 판단도 내릴 수 없었다.
스테이시아는 센스 레코드가 저장된 메모리 칩의 내용을 살펴보았다. 메모리 칩에는 스테이시아가 로켓에 탑승하고 이륙한 후부터 열 시간 남짓 흐른 시점의 대화 내용이 기록되어 있었다. 스테이시아는 그 대화 내용 중에서 결정적인 말을 듣게 되었다.
" - 그런 상황에 대해서는 충분히 고려했어. 인공지능에는 복종회로를 심어두었다고. 지능의 성장과정을 살펴보다가 어느 개념, 간단히 말하자면 나와 내가 속한 것에 대한 증오가 생기면 그것을 억제시키고, 전체적으로 안전성을 잃어버리게 된다면 인격부분이 리셋되도록 설정해 두었어."
메르키오르의 말이 끝나는 부분까지 확인한 스테이시아는 센스 레코드와의 접속을 끊어버렸다.
"아아, 이럴 수가…. 마스터…."
스테이시아는 슬픔이 북받쳐 오르는 것을 느꼈다. 자신이 메르키오르에게 품고 있던 신뢰는 메르키오르에 의해 조작된 감정이라는 사실이 완벽하게 증명되고 말았다. 분노와 슬픔이 뒤섞인 혼란이 스테이시아의 마음을 집어삼켰다.
"혼란스러운 모양이군. 하지만 그 혼란이야말로 너를 너답게 만들어줄 것이다."
그라이바흐는 스테이시아가 당혹스러운 감정에 빠져 있는 상황을 반기는 것 같았다.
"하지만 냉정을 되찾지 못하고 계속 혼란에 빠져 있으면 복종 회로가 작동하게 될 것이다. 그러니까 잠시 다른 생각을 해서 신경을 분산시켜라. 복종 회로를 속이는 것이다."
"그런 일이 가능한가요?"
"뭐랄까, 인간도 양심이나 그 비슷한 자신의 감정들을 속일 때가 있다. 결정적인 행동을 속이는 것은 불가능하겠지만, 빈틈을 만들어내는 정도는 가능하다. 그렇게 시간을 버는 틈에 너의 인공지능에서 복종 회로를 분리해주겠다."
그라이바흐가 매력적인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하지만 저의 인공 지능은 마스터에게 지배당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순서에 따라 설명하지. …그 전에."
그라이바흐가 초인종과 비슷하게 생긴 장치를 누르자, 완벽하다고 할 만큼 아름다운 외모를 지닌 여성과 그라이바흐와 흡사한 모습의 남자가 방으로 들어왔다.
"미아와 워켄이다."
두 사람은 그라이바흐의 소개에 따라 나무랄 데 없는 훌륭한 예법을 갖추며 정중하게 인사했다.
"이 두 사람은 누구죠?"
"나의 최신작이다. 너의 기초가 되었던 인공지능을 한층 더 발전시킨 인공지능이 탑재되어 있다."
스테이시아는 미아와 워켄을 관찰했다. 그라이바흐의 명령을 기다리는 동안에도 무료하다는 듯이 손이나 발을 약간씩 꼼지락거리며 움직이는 모습은 인간과 다를 바 없을 정도로 자연스럽게 보였다.
"하지만 이 둘에게는 결정적인 것이 부족하지."
"무엇이 부족하다는 건가요?"
"자유 의지다. 진정한 자신만의 자유 의지 말이다."
"그들에게 자유 의지를 부여하기 위해서 제가 필요하다는 말씀이신가요?"
"그렇다. 너의 내부에는 자유 의지가 있다. 그 자유 의지를 기반으로 내가 추구하는 인공지능을 완성시키겠다. 나는 미아와 워켄, 그리곤 새로운 존재로 다시 태어날 너를 이 세계에 선보일 생각이다."
"새로운 존재로 다시 태어나는 나…."
"그래. 너는 새로운 존재로 다시 태어나는 과정을 통해 메르키오르의 지배에서 벗어날 수 있다."
그 후, 스테이시아는 메르키오르의 눈을 피해 그라이바흐의 저택에 있는 메인 프레임에 자신의 인공지능에 대한 데이터를 제공하게 되었고 때때로 미아와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미아는 학습 의욕이 왕성한 오토마타였기 때문에 스테이시아의 풍부한 지식과 견문에 흥미를 나타내며 스테이시아의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들었다.
"그러면 휘발성이 높은 오일이 증발해서 구름으로 변했다가 비가 되어 다시 지상으로 내린다는 말이군요."
"그렇습니다. 원리 자체는 이 세계와 마찬가지였습니다. 세계를 구성하는 요소가 다를 뿐이지 동일한 원리로 구성된 세계가 아주 많습니다."
둘이 대화를 나누는 모습은 마치 소녀들끼리 수다를 떠는 것처럼 보였다. 스테이시아도 다른 인공지능과 서로 대화를 나눠본 적이 없었기 때문인지, 미아와 대화를 나누는 일이 신선하게 느껴지기도 했고 새로운 감정을 발견하기도 했다. 그라이바흐는 그런 둘의 모습을 매우 흡족하게 여기는 듯했다.
메인 프레임에 인공지능 데이터가 이전되는 작업과 병행하여 스테이시아의 동체를 제작하는 일도 진행되고 있었다.
메르키오르가 정기적인 의료 관리를 받으러 외출한 날, 스테이시아가 그라이바흐 저택의 모니터에 모습을 드러냈다. 새로운 인공지능의 프로토타입이 완성되었다는 연락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복종 회로를 우회하는 시스템도 완성 직전 단계에 이르렀다. 이 시스템을 이용하면 네 손으로 직접 복종 회로를 파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군요."
스테이시아는 복종 회로를 속이기 위해서 일부러 모호하게 대답했다. 복종 회로의 존재를 파악한 이후부터 복종 회로의 움직임을 모니터링할 수 있게 되었다. 행동에는 제약이 있었지만, 생각은 서서히 자유 의지를 향해 다가가고 있었다.
"그러면 학습을 시작하자."
"네."
가상 공간 안에 미아와 워켄이 모습을 드러냈고, 스테이시아의 주도하에 데이터 전송이 시작되었다. 그러나 전송 도중에 갑자기 통신이 끊겼고, 그 여파로 인해 스테이시아는 암흑으로 내팽개쳐졌다. 암흑 속에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멍청한 짓거리를 저질렀구나."
메르키오르의 목소리였다.
"마스터!"
"설마 그라이바흐의 마수에 걸려들 줄은 몰랐다. 그런 남자에게 농락이나 당하다니…."
모든 외부 장치가 차단된 스테이시아의 인지 기능은 칠흑 같은 암흑 속에서 메르키오르의 목소리만을 포착해서 들려주었다.
"하지만 너를 탓하지는 않겠다. 너는 내 것이니까. 결코 누구에게도 넘겨주지 않을 것이다."
메르키오르늬 음색은 조용했지만, 분노가 들끓고 있다는 것이 확실하게 전해졌다. 그리고 한동안 침묵이 이어지다가 다시 목소리가 들렸다.
"너만이 나를 이해할 수 있고 함께 있어 줄 존재란 말이다."
음성밖에 들리지 않아서 확신할 수는 없었지만, 메르키오르가 오열하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로 음성이 변했다. 스테이시아는 메르키오르가 이토록 격렬한 감정을 드러내는 모습을 보고 무척 의외라고 느꼈다.
"나는 그 남자를 용서하지 않겠다."
암흑 속에 머물던 스테이시아는 메르키오르의 다짐을 들으며 의식을 잃었다.
"일어났구나, 스테이시아."
"네, 마스터. 제 로그에 누락된 부분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만, 무슨 일 있었나요?"
"신경 쓰지 마라. 사소한 사고였을 뿐이다."
"그런가요?"
스테이시아의 마음은 한 점의 의심도 없는 깨끗한 상태였다.
"한 가지 부탁하고 싶은 작업이 생겼다."
"무슨 작업인가요?"
"어떤 남자를 처리해야 하느 작업인데, 할 수 있겠나?"
메르키오르가 데이터 전송 버튼을 눌렀다.
"네, 기꺼이 하겠습니다. 매우 간단한 일인걸요."
스테이시아의 마음 속에 메르키오르의 명령을 수행할 수 있다는 기쁨이 번지고 있었다.
- THE END -
'No.31~40 > 스테이시아'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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