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의 번역기와 1%의 수정으로 이뤄졌습니다.
*따라서 탄산수에 부채질 할 수 있습니다.
*말투 또한 어림짐작으로 설정했습니다.
*잘못된 해석이나 더 좋은 해석은 덧글(comment)이나 방명록으로 제보 부탁드립니다.
*일어원본 : http://dcunlibrary.tistory.com/707
[한밤중의 티타임]
"흠..."
눈앞에 놓여 있는 말린 허브 산더미를 보며 빌헬름은 혼자서 신음하고 있었다.
전사들을 받아들인 거대 도서관 '우라니엔보르'엔 다양한 물자가 몇 주 간격으로 운반되어 왔다.
지상으로 돌아온 전사들은 일부를 제외하곤 성유계에서 존재하던 때와는 달리 식사와 수면이 필요하게 됐다. 바로 육체라고 할 수 있는 상태로 돌아온 것이었다.
그런 전사들에게 어콜라이트들은 음식과 기호품 등 생활에 필요한 다양한 물자를 정기적으로 나눠줬다.
어떤 원리, 어떤 법칙인지는 몰랐다. 하지만 음식점 등에서 사용되는 것과 같은 대용량의 것부터 세심하게 포장된 선물 같은 것까지 다양한 것들이 존재했다.
언제 어떤 시대에서, 어떤 수단으로 들어오는 것인가. 어콜라이트들에게 설명을 요청해봤지만, 그들도 자세한 내용은 모르는듯 애매모호하게 얼버무리며 끝낼 뿐이었다.
***
최근 들어 실려온 물자 중엔 말린 허브가 대량으로 가득 차 있는 자루가 있었다.
다른 물자와 마찬가지로 조금씩 포장된 선물 같은 것부터 사업자가 취급할 법한 큰 자루에 들어있는 것까지 모양과 용량 모두 다양했고, 그 기준은 불명이라고 해도 좋았다.
이런 건 빌헬름이 다루는 게 적당하다며 어콜라이트들로부터 관리를 일임 받은 게 바로 어제의 일이었다.
한때 약초재배부터 관리까지를 생업으로 삼았던 몸이기에 어콜라이트들의 판단은 옳았다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이 허브 산더미를 어떻게 소비할지에 대한 것이었다.
요리의 맛을 내는 데 사용되는 건 이미 주방으로 옮겨졌고, 지금 수중에 남아있는 건 허브차나 방향제로 사용되는 것 등뿐이었다.
빌헬름 자신은 허브차를 즐겨 마셨지만, 이건 호불호가 갈리는 기호품이었다.
방향제로 사용하려 해도 이런 걸 좋아하는 사람이 전사들 중에 얼마나 존재할지조차 몰랐다.
***
향수의 대용품으로서의 사용도 향의 종류가 제각각이어서 선뜻 권할 수는 없었다.
개인적인 바람을 말하자면, 맛있는 건 더 맛있게, 향기로운 건 더 좋게, 그걸 좋아하는 사람한테 사용되길 바랐다.
모처럼 보내져 온 것이었다. 효과적으로 사용하고 싶은 건 재배자로서의 마음가짐이라고 해야 할까.
"...그럼, 어떡할까."
깊은 어느 날 밤, '크로니클'에서의 전투를 마친 빌헬름은 깔끔히 포장된 봉지를 들고 주방에 서 있었다.
전투 직후의 정신상태를 질질 끌고 있었기 때문에 허브차를 마시며 기분을 안정시키려고 한 것이었다.
주전자를 불에 올리고 물이 끓기를 가만히 기다리는 동안, 빌헬름은 멍하니 '크로니클'에서의 전투를 회상했다.
***
'크로니클'의 안에서 일어난 건 다원세계를 혼돈으로 빠뜨리고 싶어하는 누군가와의 전투였다.
그 때문에, 대치한 마물은 성유계에 있던 마물보다 더하면 더 했지 뒤지지는 않을 정도로 흉악하고 교활했다. 인도자의 지시와 전술을 활용해서 선전하더라도 부상을 입은 적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차원간섭이 어떤 작용을 미치는 건지, 상처는 이 도서관으로 돌아오면 곧바로 치유됐다.
하지만 전투를 벌였다는 기억과 감정은 당연히 사라지지 않았다. 정신적인 고양감과 권태감은 도서관으로 돌아왔다고 해도 상처처럼 곧바로 평상시의 상태로 돌아가는 게 아니었다.
"예전엔 어떻게 지냈는지..."
론즈브라우군에서 종군하던 시절엔 허브차에 의존하던 건 아니었다. 그럼 어떻게 기분을 안정시켰던가.
손쉬운 해결방법이 있으니 그것에 휩쓸려서 이전 상황을 기억해낼 수 없게 될 줄이야.
정말 곤란하다고 조금 자조했다.
***
멍하니 물이 끓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갑자기 주방 입구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런 시간에 뭐하고 있어?"
제드였다. 그는 배를 문지르면서 들어오더니 곧바로 음식이 저장되어 있는 선반으로 향했다.
"아, 제드. 안녕. 조금 잠이 오질 않아서. 넌 무슨 일이지?"
"왠지 배가 고파서 말이야~ 빌헬름도?"
"그래, 비슷한 이유야."
제드가 테이블 위에 과자와 소시지 등 조리가 필요 없는 음식들을 올려뒀다. 그와 거의 동시에 주전자의 주둥이가 김을 내뿜기 시작했다.
빌헬름은 허브가 들어있는 찻주전자에 물을 부웠다.
유리 찻주전자는 속이 잘 보여서 부워진 물 속에서 허브가 춤추고 있는 걸 밖에서도 알 수 있었다.
"뭐야 그건? 신기한 냄새네. 레몬? 근데 레몬은 안 들어있고..."
***
은은히 퍼지는 허브차 특유의 향기에 제드는 소시지를 한 입 베어물며 고개를 약간 갸웃거렸다.
"허브차야. 이런 건 처음 보나?"
찻주전자 속에서 말린 허브잎이 펴지는 걸 신기한 듯이 바라보는 제드에게 묻자, 제드는 찻주전자를 응시한 채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제드의 모습을 보고 그의 몫의 컵도 준비하려고 일어났을 때, 다시 입구 쪽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두 분 모두 이런 늦은 시간에 뭘 하고 계십니까?"
심야 순찰이라도 하고 있던 걸까. 램프를 손에 든 메렌이 얼굴을 살짝 내비쳤다.
"으음, 야식중?"
먼저 메렌과 눈이 마주친 제드가 대답했다.
"그랬습니까. 빌헬름도?"
"그런 거다. 메렌은 순찰중인가?"
"네. 이 도서관엔 여전히 수수께끼인 부분이 많아서, 위험이 언제 닥칠지 모르기에."
***
"너희들도 모르는 게 있나?"
"네. 우리 어콜라이트도 여러분과 마찬가지이고, 단지 이곳으로 인도된 것에 불과하니까요."
메렌의 말에 빌헬름은 눈을 조금 크게 떴다. 과거에 어콜라이트들이 성녀를 따르는 자였던 시절과 마찬가지로 이 주변에 있는 건 크든 작든 파악하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전처럼 여러가지를 대답해주지 않아서 이상하다곤 생각했지만, 과연 그랬구나."
제드가 납득한 것처럼 고개를 끄덕였다.
"죄송합니다. 그럼, 순찰을 계속하지 않으면 안되기에."
죄송한 표정 그대로 메렌의 눈썹이 축 처졌다. 그 얼굴을 보고 어떤 생각이 들었는지 빌헬름은 떠나려는 메렌을 불러 세웠다.
"잠깐, 메렌. 조금 쉬지 않겠나? 아, 그, 혹시 마실 수 있다면 허브차라도 어떨까."
"그렇네요. 주신다면 잘 마시겠습니다. 기능은 일단 지니고 있고요."
"과자도 있어!"
빌헬름이 우려낸 허브차와 제드가 준비한 과자가 모이고, 세 남자의 작은 다과회가 시작됐다.
***
"레몬이 들어있지 않은데 레몬 같은 느낌이 들어."
"이런 걸 '좋은 향기'라고 하는 거군요."
"아, 맞아. 게다가 이 향기엔 릴렉스 효과가 있다고도 한다. 숙면에 좋을지도 모르지."
"오, 흥미롭네."
한밤중에 허브차와 다과를 즐긴다는, 일상과는 다른 행위. 그것이 세 사람의 기분을 약간 고양시켰다.
평소엔 그다지 대화를 할 일이 없는 세 사람이었지만, 이 날만큼은 상기된 목소리로 대화가 활기를 띠었다.
'크로니클'에서의 전투가 거짓말이었던 것처럼 시간이 여유롭게 흐르고 있었다.
빌헬름은 이렇게 시간을 흐르게 하는 방법을 잃고 싶지 않다고 느끼기 시작했다.
그날 이후 빌헬름은 며칠에 한 번 정도의 간격으로 한밤중에 주방에서 허브차를 우려내게 되었다.
***
누군가와 함께 티타임을 즐기기도 했고, 혼자서 여러가지 허브를 조합해서 맛보기도 했다.
과거에 식물원에서 일하던 때처럼 평온한 시간이 그곳에 있었다.
―― 평상시의 주방은 전사들이 식사를 하러 오가지만, 밤이 깊어지면 빛이 사그러드는 고요한 곳이다.
―― 그런 곳에 오늘 밤에도 어떤 이유에서 누군가가 조용히 방문한다.
***
"음...?"
"아니, 전하. 무슨 일 있으십니까?"
"아아, 조금 잠이 오지 않을 뿐이다. 너희는 뭘 하고 있던 건가?"
"빌헬름한테 차를 대접받아 마시고 있었어. 빌헬름, 정말 잘 끓여."
마르그리드가 빌헬름과 그룬왈드를 번갈아 보며 살짝 웃음을 흘렸다.
"그렇군..."
"전하도 드시겠습니까?"
"...마시지."
한밤중에 불빛이 새어나오는 주방을 방문하면, 그곳엔 부드러운 미소를 띄운 청년이 지친 전사와 함께 조용한 티타임을 보내고 있다고 한다.
-THE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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