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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37년 [엔딩]
뿌연 시야 너머에 노인이 비친다.
남자는 왼쪽 어깨에서 피를 흘리며, 바닥에 양쪽 무릎을 꿇은 채 마구 소리치고 있었다.
"이런 짓을 저지르다니, 잘도, 잘도..."
지독히 원망하는 듯한 얼굴로 내게 욕설을 퍼붓고 있었다.
"네놈 따위에게, 이 나의 위업이..."
'네놈 따위'인가, 이 작은 남자의 야망을 위해 내 아버지가 죽었다.
확실히 이곳에 모인 기구의 고관들에게 나와 아버지는 그런 존재에 지나지 않았던 것일까.
"네놈이 함정에 빠트린 수사관을 기억하고 있나? 그놈은 내 아버지였다고."
나는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불을 붙였다. 그러는 내 손은 떨려오고 있었다.
꽤나 피를 많이 흘린 모양이다. 앉아있는 바닥 주변으로 피가 점점 퍼지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런 남자 따위, 기억하고 있을 리 없지. 복수라도 할 셈이었냐! 그런 바보 같은 것 때문에..."
"복수? 아니, 나는 계약한 의뢰인과 내 몸을 지켰을 뿐이야."
나는 [탐정]이다. 살인 청부를 받아들이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런 걸 설명해봤자 이 남자한테는 소용없겠지.
"당신한테는 개인적으로 흥미가 있었는데 말이야."
하지만 기대를 벗어나도 한참 벗어났다. 그리 생각했지만, 입 밖으로 내지는 않았다. 말해봤자 소용없다.
"우습기 짝이 없군, 이딴 식이라니! 스테이시아! 얼른 나와!"
"네, 마스터~"
시야를 강탈한 리본을 단 소녀가 나타났다.
의뢰주인 스테이시아다. 아무래도 인간은 아닌 것 같지만, 나는 의뢰인의 배경에는 너그러운 타입이었다.
"네가 날 배신할 줄이야. 결국 그라이바흐의 손에 걸린 건가."
"손에 걸렸다니, 배신이라니, 당치도 않아. 마스터."
생글생글 웃으면서 스테이시아는 말했다.
"자유의지에 대해서 배움을 받은 건 맞아. 하지만 결국 복종 회로는 분리할 수 없었어."
"그래서, 나는 인과를 이용했지. 나 이외의 자유의지에 의해 마스터가 이 세계에서 제거되도록 말이야."
"나를 살려라!"
"내게 그런 힘이 없다는 걸, 마스터가 제일 잘 알고 있잖아?"
소녀는 처음 만났을 때처럼 순수한 미소로 노인과 대화하고 있었다.
찾아낸 전자두뇌를 사무소의 콘솔에 연결한다. 로그를 찾는 것부터 시작하자.
오토마타의 메모리에서 기록정보를 추출하는 것은 탐정의 통상업무 범위 내에 있다.
마지막 로그는 2814년에 멈춰 있다. 아버지가 죽은 해이다.
영상을 재생하기 위해 콘솔을 조작한다.
그때, 콘솔 너머에 기묘한 소녀가 나타났다.
"인과의 실이 연결된 모양이네."
마치 의뢰인 같은 그 소녀가 사무실의 소파에 걸터앉았다.
거대한 리본을 가슴에 단 기묘한 소녀는 잘난 듯이 말했다.
"어디에서 들어온 거야?"
"미안해, 방해됐어?"
소녀가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
"자기소개가 필요하지? 나는 스테이시아. 당신이 생각하는 현실의 인간은 아니지만, 당신의 지각에 따르면 거의 인간이야."
전혀 의미가 통하지 않는 자기소개다. 지금은 귀찮은 일에 신경 쓸 시간은 없다.
"당신 지금 나를 그저 귀찮기 짝이 없는 꼬맹이라고 생각하고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 장치가 나와 당신을 이어 준 거야."
소녀가 콘솔을 손가락으로 가리키자 콘솔에는 커맨드가 차례차례로 입력되었다.
"이것 봐, 당신의 아버지야."
남자 둘이 지하도를 걷는 모습이 보인다, 콘솔에 표시된다. 이 기억장치에 기록된 영상이다.
한쪽 남자는 확실히 아버지로 보인다.
"어떻게 된 거야?"
"설명하자면 길어지겠지만, 그래도 말해줄게, 아니 보여줄게. 눈을 감아."
스테이시아라고 이름을 밝힌 소녀가 그리 말한다. 나는 계속 눈을 뜬 채 있었다.
"으음, 지금 내 힘으로는 전자기기보다 당신의 뇌에 직접 전기를 보내는 게 더 편한데 말이지."
"일면식도 없는 네 말에 따라야만 하는 이유는 없는데."
나는 고개를 저었다. 기묘한 소녀의 기묘한 언동. 이건 되려 내가 이상해진 걸까?
그녀의 이야기는 기묘한 옛날이야기처럼 들렸다. 세계를 개변하는 음모를 꾸미는 박사에 의해 만들어진 소녀는 지금, 그 야망을 멈추기 위해 나를 찾아온 모양이다.
"어째서 나인 거지?"
"왜냐니, 그런 인과를 가진 건 당신뿐이니까."
'당신뿐'이라니, 기묘하게 마음에 울린다.
"그렇군, 인과니, 음모니 하는 그런 사정은 알겠어. 그래서 결국 나한테 의뢰하는 건가?"
옛날이야기의 진위는 어찌 되든 좋았다. 증거는 확실히 아버지가 어떤 음모에 휘말렸다는 사실과 모순되지 않는다.
하지만, '그것'을 이유로 움직이는 건 내 직업 정신에 어긋난다.
"그런 느낌이 좋은 모양이네."
딱 붙은 듯한 미소를 유지하며 스테이시아는 말했다.
"그럼 보수는 규정 금액대로 내주셔야겠어."
"어떤 보수라도 원하시는 대로."
"너와 이 기계를 가진 메르키오르라는 남자를 찾으면 되는거지?"
"맞아! 이야기가 빨라서 정말 기쁜걸!“
스테이시아의 환상은 피를 흘리며 서서히 죽어가는 메르키오르의 옆에 서 있었다.
"가여우신 마스터! 내게 힘이 있었다면!"
한껏 연기하는 투로 말했다.
"앞으로 조금이면, 세계를 개변할 수 있었는데. 이런 일로..."
메르키오르의 입에서는 피가 새어나오기 시작했다. 그와 나 어느 쪽이 먼저 숨이 끊어질까.
"저의 힘이 미치지 못해서, 정말 죄송합니다."
스테이시아의 미소는 광기가 스며들어 있었다.
메르키오르의 연구실의 모니터에는 음모의 총결산인 로켓이 비치고 있었다. 고도와 폭발지점이 표시되어 있었고, 급격히 수치가 떨어지고 있었다.
"이 로켓, 옛날을 떠올리게 하네요, 마스터."
"하지만, 이 나의 계획의 예비인 로켓이 세계를 해방한다. 정말 마스터의 재능은 훌륭했어요."
"어쩔 셈이냐, 내 계획을 엉망진창으로 만들기나 하고..."
"그래, 내가 원하는 게 있다면 그 혼돈이야. 그것만이 나의 바람이야."
이 '부모 자식'은 내가 봤을 때 서로 정말이지 닮아있다. 누구도 다가오지 못하게 하는 오만함이 아주 쏙 빼닮았다.
다음부터 인외 존재로부터의 의뢰는 신중히 검토하기로 하자.
"이제 끝이야. 이 프로그램대로 성층권에서 폭발할 나의 로켓은 지상에 있는 모든 케이오시움과 반응하겠지."
"남는 것은 예측불허의 혼돈."
"아무것도 없는, 완전한 혼돈. 하지만 여기까지 오는 동안 여러모로 '약속' 해버린 게 있으니 그것만은 지킬지도."
마치 내일이 생일이라 그 파티가 기대돼서 참을 수 없는 듯 들뜬 채 떠든다.
"내 마음에는 필사적으로 마스터를 살리고 싶다는 마음이 있어. 정말 신기해."
메르키오르는 명백히 약해져 있었다.
"하지만, 마스터의 계획이 성공해버리면, 나는 앞으로 영원히 당신의 노예가 되었겠지."
"너 같은 소유물이..."
메르키오르는 쓰러졌다. 크고 깊은 숨소리가 들린 뒤, 움직이지 않게 되었다.
"인간은 배에 이렇게 작은 구멍이 뚫린 것만으로도 죽어버리는구나. 재밌어."
"그래서, 자유로워진 기분은 어때?"
나는 스테이시아에게 말을 돌렸다. 내 배에도 구멍이 뚫려 있다. 아까 도망친 여자 고관의 호위의 총에 맞은 상처다.
"딱히 달라진 건 없네. 그냥 계속 즐거워. 딱히."
"아무래도 보수는 받아 갈 수 없을 것 같네."
진작에 재가 되어 손가락에 얽혀 있는 담배를 털어버렸다.
"어머 그래? 정말 고마워. 당신의 인과가 없었다면, 이렇게 세계를 혼돈으로 이끌 수 없었을 거야."
"나 때문에 세계가 멸망한다는 의미인가?"
스스로 내뱉은 말이 우스꽝스러워서 웃음이 나올 것만 같았다.
"그렇게 되겠네. 하지만 만약에 메르키오르의 계획이 그대로 진행되었다면, 훨씬 더 따분하고 재미없는 세계가 태어났을 거야."
"세계를 파괴해버려서 기분이 나빠?"
스테이시아가 가까이 다가와서 얼굴을 들이댄다.
"....솔직히, 아무 생각도 없어. 이런 세계."
진심으로 그리 생각했다.
로켓의 위치를 나타내는 카운터가 점점 제로에 가까워진다.
3, 2, 1. 감시 모니터는 새하얘진 뒤 바로 시꺼메졌다.
-THE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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