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해 장면이 있습니다. 주의해주세요.
그레고르 R2 [분노]
채석장에서 한 소년이 곡괭이질을 하고 있었다. 바위를 깨는 소리가 갱도에 울려 퍼졌다. 그레고르라는 이름의 이 소년은 이 광산에서 일한 지 2년이 지난 광부였다. ‘소용돌이’에 의해 부모를 잃고 여동생과 함께 고아원 신세를 졌다. 하지만 여동생은 몇 년 전부터 병을 앓게 되어 그레고르는 여동생의 치료비를 벌기 위해 광산에서 일하게 되었다.
이 광산에서 채굴되는 광물은 가공하면 투명한 빛을 내는 특수한 광물이었다. 광물의 원석을 채굴하면 보석회사에서 이를 맹비해 가공한 후 보석이 되어 세상 밖에 나오게 된다. 원석의 거래가격은 매우 높아서 수익의 반은 광산의 관리비로 사용되지만 남은 반은 광산에서 일하는 광부들에게 공평하게 분배되는 구조였다.
원석이 발견되면 그레고르 같은 어린아이라도 함께 일한 연상의 남자들과 같은 금액을 손에 넣을 수 있었다. 받는 금액은 일정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그 수입은 여동생의 치료비를 댈 수 있는 정도는 되었다. 일은 힘들고 고됐다. 마음이 맞지 않는 광부도 있었다. 그래도 그레고르는 여동생과 함께 살기 위해 곡괭이질을 계속했다.
그레고르의 곡괭이가 바위를 내려치자 큰 바윗덩이가 떨어져 나갔다. 바위가 있던 곳에 희미한 빛을 내는 원석 일부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레고르는 당황하며 주변의 헝뻘 되는 광부들과 리더를 부르러 달려갔다. 경험이 부족한 그레고르가 채굴을 한다면 원석에 흠집을 낼 가능성이 있었다.
모두가 모였고 숙련된 광부들이 원석을 채굴했다. 조금씩 원석이 모습을 드러냄에 따라 모인 광부들도 숨을 참고 긴장했다. 그레고르가 발견한 원석은 이 광산에서 채굴된 광석 중 가장 큰 것이었다.
“굉장해! 용케 찾았구나!”
“잘했어!”
“이, 이 정도 크기면…”
전문가의 정밀검사를 거치기 전에는 모를 일이지만 어쨌든 이것이 광부들에게 억만금의 부를 가져다줄 것이라는 건 쉽게 알 수 있었다.
“보석회사 직원은 내일 온다고 한다.”
리더는 그레고르가 발견한 원석을 조심스럽게 금고에 넣어 이중으로 잠금처리를 했다. 리더와 부리더가 열쇠를 하나씩 맡았다. 이렇게 하면 판매되기 전의 원석을 마음대로 가져가는 것을 막을 수 있었다.
“야아, 아무래도 긴장되는구만.”
“하하, 내일 업자가 가지러 올 때까지만 참게나.”
“그런데 얼마 정도 받을 수 있을까요?”
“고향에 돌아갈 수 있을 정도면 좋겠는데.”
“걱정하지 말게. 이 정도 크기라면 선물을 잔뜩 사서 가도 남아돌걸세.”
“자네 아내에게는 좋은 출산 축하 선물이 되겠군.”
“리더도 새집을 짓고 싶다고 했었죠?”
큰 원석은 광부들에게 상상을 불러일으켰다. 약속된 희망을 품에 안고 그레고르를 포함한 광부들은 각자의 거처로 돌아갔다.
다음 날 아침, 그레고르가 광산에 도착하니 자경단이 갱도 입구와 준비장소를 바쁘게 드나들고 있었다. 매우 삼엄한 분위기가 감돌고 있어 그레고르는 그저 그걸 보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오, 꼬맹아. 안녕. 시끄럽게 해서 미안해.”
그레고르의 모습을 본 리더가 말을 걸어왔다. 하지만 리더의 표정은 어두웠고 긴장했는지 경직되어 있었다. 그 표정에서 미루어 지금 눈앞에서 일어나고 있는 소란이 예삿일이 아니라는 것을 그레고르는 느낄 수 있었다.
“안녕하세요.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거예요?”
“놀라지 말고 들어. 어제 네가 발견한 원석을… 도둑맞았어.”
“네…?”
엄청난 내용에 그레고르는 더 이상 말을 이을 수 없었다.
“미안하다. 우리의 관리 부족이야.”
자경단이 얼마 지나지 않아 도둑밪은 원석을 매입했다는 보석상을 찾아냈다. 보석상에게 누구에서 원석을 매입했는지 심문하자, 곧바로 원석을 팔러 온 사람은 부리더라고 증언했다. 부리더가 과거에도 여러 번, 리더가 가지고 있는 금고의 한쪽 열쇠를 복제해두고 작은 원석을 이 보석상에게 팔아 돈을 벌었다고도 했다. 모두 부리더의 행방을 찾기 시작했다. 금세 부리더를 찾아냈지만, 사태를 알아차린 부리더는 부리나케 복잡한 광산 내부로 도망쳤다.
자경단과 그레고르를 포함한 광부들은 서둘러 부리더의 뒤를 쫓아 광산으로 들어갔다. 광산은 거듭된 채굴로 인해 복잡한 구조로 되어있었다. 여기서 놓치면 찾아내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게다가 부리더는 광산 내부의 지리에 밝았다. 또한,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 잊힌 긴급탈출용 통로도 있었기 때문에 그곳으로 도망칠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었다. 그런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그레고르는 부리더를 찾았다. 그건 집념이라고 표현할 만한 것이었다.
모두의 행복을 물거품으로 만든 도둑을 용서할 수 없어. 그런 분노가 결국 부리더를 찾아냈다. 다른 갱도로 이어지는 통로로 사람이 들어가는 모습이 보였다. 그 못브을 쫓아가자 부리더의 모습이 어렴풋이 보였다.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 통로로 탈출할 생각이었던 것 같았다. 절대 도망치게 놔둘 수 없었다. 그레고르는 발밑에 놓여있던 곡괭이를 들고 부리더를 쫓아갔다. 갱도의 번호판이 눈에 들어오자 그레고르는 크게 외쳤다.
“놈을 찾아냈다! A22 갱도로 도망쳤다!”
그레고르의 목소리에 고아부들은 일제히 모여들어 부리더를 몰아넣기 위해 갱도의 모든 통로를 막아섰다.
그레고르는 갱도의 막다른 길로 부리더를 몰아넣었다. 부리더의 손에는 어느새 아타셰케이스가 들려있었다. 그 안에는 분명 그 원석을 팔고 난 대금이 들어있을 것이다.
“그건 모두의 몫이야. 돌려줘, 돌려달라고!!”
“하하하, 이 돈은 전부 내 거야! 누구에게도 못 줘!!”
부리더는 아타셰케이스를 껴안고 웃었다. 그 모습에 그레고르는 분노가 치밀었다. 원석을 발견한 건 자신이었지만 그걸 어른들이 만든 룰에 따라 나누어 그레고르에게도 그 이익이 돌아온다면 아무 문제 없었다. 다른 광부들과 공평하게 나눠 갖는다고 해도 병으로 누워있는 여동생을 위해 필요한 돈은 충분히 손에 넣을 수 있을 것이었다. 하지만 그걸 이 도둑이 물거품으로 만들었다. 내일을 위한 활력을 빼앗고 혼자만 이익을 독점하려고 했다. 그레고르는 눈앞의 도둑을 용서할 수 없었다.
원석을 판 돈은 여기에서 일한 광부들 모두에게 구원이나 마찬가지였다. 광부들을 통솔하는 남자는 늙은 부모가 편안하게 살 수 있는 집을 마련할 예정이었다. 모두의 형 취급을 받는 남자는 출산을 앞둔 아내가 있었다. 이번 수익으로 고향으로 돌아갈 생각에 기뻐하는 친구도 있었다. 그리고 그레고르에게는 병 치료를 기다리고 있는 여동생이 있었다. 그런 동료들의 꿈을 밟아버린 도둑을 그레고르는 분노에 찬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당신이라는 사람은…!”
그레고르는 분노에 휩싸여 아까 주운 곡괭이를 부리더를 향해 휘둘렀다.
“뭣…!”
부리더는 그레고르를 깔보고 있었다. 그가 반격할 리가 없을 거라고. 혹시 반격해 온다고 하더라도 자신보다 한참 어리고 체격도 작은 그레고르에게 질 리가 없을 것이라고 그레고르의 손에 바위를 깰 때와는 다른 곡괭이의 감촉이 전해져 왔다. 부리더는 그제야 도움을 요청하듯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이내 도저히 인간이 낼 수 없는 소리를 내며 몸부림쳤다.
그레고르는 이미 분노에 몸을 맡기고 있었다. 도둑이 뭐라고 외치고 비명을 지르든 상관 없었다. 이 도둑 때문에 여동생이 죽게 되면 어떡하지? 설령 그렇게 되더라고 이 도둑은 책임 같은 건 지지 않을 것이다.
“죽어. 너 같은 건 죽어버리란 말이야!”
그런 녀석에게 살 만한 가치는 요만큼도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곡괭이는 그레고르의 분노가 이끄는 대로 부리더의 몸을 내리쳤다.
“하아… 하아…”
그레고르의 뺨과 옷에 부리더의 피가 흩뿌려졌다. 부리더는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단단한 돌이나 바위를 부수기 위한 곡괭이로 수차례 얻어맞은 부리더는 욕망으로 점철된 인생의 막을 내렸다.
“전부… 전부 네가 잘못한 거야…”
그레고르는 아타셰케이스를 부리더의 사체로부터 빼앗아 갱도 밖으로 나가기 위해 걸었다.
갱도 밖은 아무것도 없는 칠흑의 공간이었다. 멍하니 주위를 둘러보았다. 주위는 암흑으로 휩싸여 자신이 이 공간에 어떻게 존재하는지조차 인식할 수 없었다. 게다가 경애하는 자신의 주인의 목소리도 들리지 않았고 모습도 볼 수 없었다.
“…주인님. 어디?”
그레고르의 속삭임은 어둠에 흡수되어 사라져갔다.
- THE EN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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