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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온 R1 3394년 [포로]
레온은 꿈을 꾸고 있었다. 그리운 황야의 풍경이었다.
달빛조차 없는 밤의 지평선으로 보이는 소용돌이 '프로폰드'는 여러 가지 빛이 섞여 빛나고 있었다.
너덜너덜한 캐러밴에 끌려가는 어린 레온, 짐마차 진동에 몸을 맡긴 채 반짝거리는 「프로폰드」를 하염없이 바라 보고 있었다.
안전한 성곽 안 도시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죽을 때까지 볼 수 없는 풍경이었다.
그 매혹적인 빛에 하염없이 매료되고 있었다. 어린 마음에도 눈을 뗄수 없게 만드는 그런 풍경이었다.
물을 뒤집어쓴 레온은 그제야 꿈에서 눈을 뜬다.
매혹적인 빛이 한순간 사라지더니 뜨거운 감각이 되어 온몸의 고통으로 돌아왔다.
"좋은 꿈을 꿨다고. 좀 더 즐겁게 해보라고."
쇠사슬에 묶인 레온은 중얼거리듯이 말했다.
"슬슬 불지 않으면 죽게 될 거라고."
고문관은 냉정한 어조로 위협한다.
레온은 잡혀 온 지 며칠이 지났는지 생각해 내려고 안간힘을 써봤지만 무리였다.
처음 3일째 까지는 기억 할 수 있었지만 그 이후로는 생각 나지 않는다.
쇠사슬에 채워진 팔은 불게 부어올라 있었고 고문 당한 상처의 아픔은 뇌를 바늘로 찌르는 듯한 고통으로 이어진다.
"지독한 놈이군."
"횡~" 공기의 울림 소리와 함께 격렬한 아픔이 등을 덮쳤다.
두 번, 세 번 끊이지 않고 채찍이 공기를 가르며 날아왔다.
"어서 모든 걸 불으란 말이다!"
고문관의 목소리가 희미하게 메아리 치더니 이내 레온은 아치볼드의 행동을 떠올리며 서서히 의식을 잃어갔다.
레온은 드넓은 황야에서 목표 없는 생활을 계속 하고 있었다.
그의 일족은 인페로다 주변의 황야를 거점으로 하는 스톰라이더의 일족이었다.
그러나, 소용돌이는 세계로부터 사라지고, 도시 사이의 교역을 담당하던 스톰라이더의 존재도 점차 사라져 갔다.
세계는 평화가 찾아왔다.
하지만 레온은 자신이 있어야 할 곳을 잃어버린 기분이었다. 마치 바다가 없어진 선원과 같은 기분이었다.
과거의 생활은 가혹하고 끔찍했지만, 기분 좋은 날들이었다.
과거로 돌아 갈 수도, 미래를 꿈꾸며 사는 것도 할 수 없는 자신에게 레온은 초조함을 느꼈다.
그런 생활이 반복되던 어느 날, 아치볼드가 레온을 찾아왔다.
"오래간만이네!"
아치볼드는 레지멘트에서 함께 싸운 전우이며 스승이라고도 할 수 있는 존재의 남자였다.
레지멘트의 붕괴 후, 얼마 남지 않은 전사 중 한 명이었다.
"아치볼드! 살아 있었구나! 어디선가 쓰러져 죽지 않았을까 걱정했다고!"
"빈정거림은 여전하구나, 너야말로 어떻게 지내고 있어?"
"마음 편히 지내고 있어. 조금은 지루하지만, 도시에 사는 것보다는 좋지."
레온은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의 재회를 기뻐하고 있었다. 아치볼드는 모자를 벗어 책상에 올려 놓고 의자에 앉았다.
레온은 거리낌 없는 대화를 아치볼드와 나눴다. 원래 그는 고독을 좋아하는 사람은 아니었다.
레지멘트 시절의 이야기나 전우들의 이야기를 나눴다. 오래간만의 대화였다.
그런 대화를 일단락시키며, 아치볼드는 말을 꺼냈다.
"너에게 일을 부탁하러 왔어. 어느 상단을 하나 덮치려고. 네가 도와줬으면 좋겠어. 혼자서는 도저히 할 수 없는 일이라서 말이야."
"뭔데? 위험한 일인가?"
"그렇긴 하지만 너와 나라면 전혀 어렵지 않은 일이야."
"자세히 말해봐."
아치볼드가 말하는 위험한 일이란, 인페로다로부터 미리가디아에 보내지는 상단을 덮쳐 그 짐을 빼앗는 것이었다.
상단의 규모는 40명에서 50명, 수비대는 인페로다의 정규군.
다만, 비밀리에 운반되기 때문에 모든 것이 비밀리에 진행되었다.
아치볼드는 상단의 일정과 경로를 이미 알고 있으니 서둘러 준비에 착수해야 한다고 했다.
"알았어! 할게. 다만 목적은 가르쳐 줘. 단순히 돈벌이나 정치 때문에라도 좋지만, 전혀 모르고 한다는 것은 속이 메스꺼우니."
"목적?"
아치볼드는 한숨 내쉬었다.
"세계를 위해서."
"농담으로 얼버무리지 마."
"진심이야."
아치볼드는 모자를 다시 쓰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말하고 싶지 않다는 거지?"
레온은 토라진 기색이었지만, 위험한 일에는 동참할 생각이었다.
무엇보다 아치볼드와 함께 싸울 수 있다는 자체만으로 그에게 있어서는 충분한 보수이기 때문이다.
"내일 다시 올게. 시간이 얼마 없어서 말야. 곧바로 일에 착수하자."
그렇게 아치볼드는 돌아갔다.
며칠에 걸쳐 위험한 일에 대한 준비는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경로를 파악한 뒤 함정을 설치하는데 유리한 지형을 찾아내고, 폭약을 옮긴 후 숨기고, 양동작전에 쓸 짐마차도 배치했다.
그리고는 상단을 기다리는 일만 남겨 두고 있었다.
매복 장소로부터 조금 떨어진 전망 좋은 장소에 감시 포인트를 설치하고 다음날 습격까지 기다렸다.
"이 일이 끝나면 어떻게 하지?"
습격 전날 밤에 레온은 아치볼드에게 물었다.
"아직, 여러 가지 할 일이 많아. 너만 괜찮다면 말이야."
"......그렇군, 생각해 볼게."
레온은 대답했다.
다음날 정오 무렵이 되자 목표 상단이 나타났다. 세 대의 짐마차가 상단을 짜고 있었다.
선두의 마차가 점점 함정에 가까워져 갔다. 아치볼드는 폭약의 스위치를 눌렀다.
폭발과 함께 큰 연기가 피어올랐고 선두 마차는 흔적도 없이 날아가 버렸다. 나머지 마차는 발을 멈추었고 바로 호위 군사가 튀어나왔다.
레온은 미리 준비해 둔 마차를 몰아, 단번에 후위의 마차를 향해 달렸다.
호위 군사는 일제히 레온의 마차에 총을 겨누어 발포한다.
레온은 교묘하게 마차를 조종해, 후위의 마차에 다가갔다.
동시에 아치볼드는 말에 올라 목표한 짐이 있는 두 번째 마차로 향한다.
아치볼드의 권총은 정확하게 호위군을 명중시켰다. 총알은 마치 표적을 행해 춤추듯이 날아간다.
레온은 자신의 마차를 후위 마차에 부딪치게 하려고 타고 있던 마차에서 뛰어내렸다. 이윽고 마차는 부딪치면서 폭발했다.
아치볼드는 이미 두 번째 마차의 호위 대부분을 처리했다.
레온은 곧바로 일어서서 폭발 후, 살아남은 호위 군을 민첩하게 처리해 나갔다.
마지막 폭발로부터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자 총성은 잦아들었고 파괴된 마차가 불타는 소리만이 정적을 깬다.
레온은 신중하게 주위를 살피며 아치볼드를 찾았다.
두 번째 마차 옆에서 아치볼드의 소리가 들렸다.
"여기야 레온. 도와줘!"
"지금 갈게."라고 말하고 몇 걸음 갔을까, 순간 눈앞이 캄캄해지고 움직일 수가 없었다.
이 감각을 레온은 잘 알고 있었다.
"미안, 레온"
뒤에서 아치볼드가 다가온다. 레온은 그 표정을 확인하려 몸을 움직여 봤지만,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눈을 뜨니 인페로다의 감옥이었다.
레온은 중요한 기밀 물자를 강탈한 죄로 인페로다의 군에 체포되고 말았다.
물자는 아치볼드와 함께 사라지고 거기에 남겨진 레온만 잡혀 이곳에 있는 것이었다.
"너는 버림받았다. 그런 동료를 보호하는 의미가 있는 건가?"
"의미? 있다 해도 너에게는 말할 리 없지"
잠시 고문관이 시야로부터 사라진 후, 뜨겁게 달궈진 집게를 양 손에 들고 돌아왔다.
집게로 공포감을 조성하며 레온을 위협한다.
"이제 그 한심한 주둥이를 마음대로 지껄이지 못하게 해 줄테니 각오해라!"
마스크를 쓴 고문관의 얼굴이 가까워져 온다. 위협하듯이 달궈진 집게를 레온의 코 앞으로 가져왔다.
"시시한 서론은 필요 없으니까 고문하려면 빨리하란 말이야."
레온은 딱 잘라 말했다.
그때, 감옥의 문이 열리면서 한 남자가 들어 왔다.
- THE EN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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