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엘라 R1 2837년 [절규]
*폭력 장면이 있습니다. 주의해주세요.
노엘라 R1 2837년 [절규]
“도망쳐!”
“경비대는 어딨어!?”
“엄마아아아아아!”
“빨리!”
사람들의 비명소리가 주위를 지배하고 있었다. 노엘라는 다른 사람들처럼 그 한복판에서 도망치고 있었다.
그 날 노엘라는 대형 쇼핑몰의 카페테라스에 있었다. 가게 밖에 설치된 의자에 앉아 커피를 즐기며 지나가는 사람들을 관찰한다. 금슬 좋게 함께 다니는 부부, 아이들을 데리고 온 부모, 젊은 커플. 피곤한 사람, 즐거워 보이는 사람. 바빠 보이는 사람. 그런 여러 감정들이 소용돌이치는, 흔히 볼 수 있는 쇼핑몰의 풍경이었다.
사람들을 바라보는 것에 싫증이 난 노엘라는 휴대용 디바이스를 켜 뉴스를 읽는다. 기사는 어느 지방의 인기 점포에서 일하던 오토마타가 하룻밤 새에 사라졌다던, 2년 정도 된 사건을 다루고 있었다.
-- 이 사건이 최근 들어 문제가 되고 있는 오토마타 폭주와 관련이 있음이 의심되고 있지만 사건 당사자인 주인은 현재 입원중이며 상세한 단서는 잡히지 않고 있다. 이 사건 이외에도 복수의 오토마타 실종사건이 확인된 바, 그 사건들도 함께 예의주시하여 조사중에 있다. -- 라는 내용의 기사였다.
“폭동과의 관계, 말이지…….”
노엘라의 중얼거림은 쇼핑몰의 시끄러운 소리에 묻혀 사라졌다.
기사를 다 읽은 노엘라의 눈 앞에 주인과 오토마타라는 아주 자연스러운 조합의 일행이 지나갔다. 오토마타는 짐을 들고 주인의 뒤를 쫓아 걸어갔다. 왠지 모르게 그 모습을 눈을 좇는다. 10알레 정도 가던 도중 그 오토마타는 갑자기 멈춰섰다. 금방 그 모습을 알아차린 주인은 오토마타에게 무어라 말을 걸고 있다. 다음 순간 오토마타가 갑자기 주인을 때리기 시작하는 게 보였다. 주인의 비명과 쇼핑몰에 상주하는 경비원을 부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또 시작이군.”
“무서워. 얼른 가자.”
불안에 떠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위험을 느낀 사람들은 발빠르게 쇼핑몰을 벗어났다.
몇 년 전, 한 오래된 오토마타가 폭주했다. 그 때는 단순히 노후화에 의한 오작동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렇게 오래된 것으로부터 시작된 “그것”은 차례차례 새로운 것들에게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통치국이라고 방관만 한 것은 아니었다. 인간의 생활에 필수적인 오토마타의 폭주였다. 대책과 원인규명이 신속하면서도 적절히 이루어졌다. 여전히 원인을 알 수 없는 “그것”은 사람들에게 더욱 불안하게 만들었다.
사례는 날로 늘어나 결국 로젠부르그 제12계층 스바스 지구에서 오토마타에 의한 폭동이 발생했다. 사람들은 그때야 비로소 이상함을 눈치챘다. 하지만 오토마타는 인간의 생활에 뿌리깊게 자리하고 있었다. 허둥지둥 오토마타를 폐기처분하려고 했으나 자신들이 오토마타들의 노동력을 대신할 수 있을 리 없었다.
쇼핑몰의 사건 현장은 순식간에 구경꾼들로 가득 찼다. 위기의식이 부족한 사람들은 어디든지 있었다.
"손님, 이쪽으로 오십시오.”
사태를 보고 있던 노엘라에게 점원이 말을 걸었다. 언뜻 보기에는 사람과 비슷해 보였지만 손목 관절이 이 점원이 오토마타라는 것을 나타내고 있었다.
“아 그렇지. 안으로 들어가면 되나?”
“네. 죄송합니다.”
노엘라의 눈 앞에서 경비원이 심각한 모습으로 지나갔다. 폭동진압용 중장비를 장착한 오토마타의 모습도 보였다.
“괜찮을까…….”
꽤나 심각해 보이는 모습에 노엘라는 다시 중얼거렸다.
그리고 “그것”은 순식간에 커다란 이빨을 드러냈다.
폭주의 현장에서 둔탁한 소리가 들렸고 이윽고 구경꾼 사이에서 비명이 울려퍼졌다. 노엘라는 가게로 들어가는 것을 멈추고 현장 분위기를 살폈다.
“어이, 너! 대체 왜 그래!?”
“위험합니다! 도망치세요!”
인간 경비원인 듯 했다. 몇 명인가가 소리쳤다. 구경꾼과 경비원의 목소리에서 위험을 느낀 사람들이 쇼핑몰 출구를 향해 달려간다. 구경꾼들이 사라지자 노엘라의 눈에 충격적인 광경이 펼쳐졌다. 폭동을 진압하기 위한 오토마타와 근처 가게에서 일하던 오토마타가 폭주한 오토마타를 보호하듯 인간을 공격하고 있었다.
“……어떻게 된 거야.”
노엘라는 한 걸음 두 걸음 물러났다. 그리고 등 뒤의 점원과 부딪혔다.
“소, 손, 니, 니니니.”
점원 오토마타의 상태도 확실히 이상했다.
“이……!”
주변을 돌아보니 다른 점원 오토마타나 심부름용 오토마타들도 모두 이상한 행동을 보이고 있었다. 가게 안이 술렁거렸다. 다른 손님들도 오토마타의 상태가 이상하다는 것을 눈치챘다. 쇼핑몰 여기저기서 파괴음과 사람들의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게다가 통로는 도망쳐 온 사람들로 넘쳐났고, 아까보다 더 심각한 상황이 펼쳐지고 있었다.
“왜, 어째서…….”
노엘라는 곤혹해 하면서도, 도망치느라 정신없는 사람들과 함께 폭주한 오토마타로부터 도망치기 위해 달렸다.
어떻게든 쇼핑몰에서 탈출했으나 그곳에서 기다리고 있었던 건 마찬가지로 폭주한 오토마타들이었다. 이제 도망칠 곳은 없다고 생각하던 찰나, 주위에서 오토마타를 파괴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구해주러 왔어!”
누군가가 외쳤다. 대열을 갖춘 폭동진압부대가 폭주한 오토마타들을 차례대로 파괴해 나갔다. 그 모습을 보지 않으려 애쓰며 노엘라는 피난지시를 내리는 대원을 따라갔다.
피난장소에 오토마타는 한 대도 없었다. 사람들은 안심했고 폭동이 끝나기를 기다렸다. 디바이스에서 최신 정보를 보는 사람. 가족들과 연락을 취하는 사람. 그 와중에 노엘라는 가만히 주위 사람들을 관찰하고 있었다.
“난리가 났군.”
사람들의 모습을 관찰하고 있는데 노령의 여성이 말을 걸어왔다.
“통치국의 발표는 없고 정부는 대체 뭘 하는 건지.”
“원인불명이라고 들었는데 금방 해결책을 찾는 건 어렵지 않을까요?”
“과연 그럴까. 이제 레드그레이브로는 감당할 수 없는 시대가 오고 있다고 난 생각하는데.”
노파는 자기 할 말만 하더니 지인의 모습을 확인한 것인지 그쪽으로 가버렸다. 정부가 무능한 것은 아니다. 다만 끝없이 일어나는 폭동에 민중의 불만이 쌓이고 있는 것 뿐이다. 노엘라는 한숨을 쉬며 일어났다. 자신은 여기에 있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혼란을 틈타 노엘라는 피난소에서 몰래 빠져나왔다. 디바이스를 확인하자 한 건의 전자메일이 도착해 있었다.
“이야기가 하고 싶어. 대답해 줘.”
“……무슨 일이려나?”
노엘라는 메일의 발신자를 보고 디바이스를 계속 바라보았다.
- THE EN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