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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41~50/루디아

(번역본) 루디아 R4 3391년 [힘]

*번역지원 감사합니다.

*오류 등의 수정사항은 덧글(comment)나 방명록으로 제보 부탁드립니다.

*일어원본 : http://dcunlibrary.tistory.com/884




3391년 [힘]




바이저와 함께 진로와 일정을 확인하고 마침내 『시설』을 향해 길을 나설 때가 왔다.


"드디어 이 날이 왔습니다. 토비어스님 일행도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응, 상당히 시간이 걸렸지만 말이야."


엑셀라와 이야기를 하니 방문을 노크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언니, 들어가도 돼?"


문 건너편에서 보육원에서 사는 메리의 목소리가 났다. 부상 때문에 요양하는 동안 친해진 여자아이였다.


엑셀라를 가방 속에 넣고 문을 연다.


그러자 메리는 달려들듯이 안겨왔다.


"언니, 이제 가는 거야?"


누군가에게 떠난다는 소리를 들은 모양이다. 메리는 쓸쓸하다는 듯이 내 얼굴을 본다.


"다 끝나면 또 올 거야."


"정말?"


"응, 약속해."


메리의 눈을 보며 나는 똑바로 말했다.


이 보육원에 상당히 신세를 져서, 전부 끝내면 인사를 하러 다시 찾아올 것이다.




마차를 타고 일주일 정도 걸려 도착한 『시설』은 멀리서도 알아볼 정도로 넓은 장소 같았다.


입구로 보이는 거대한 문 앞에 도착했지만, 기계식 문은 굳게 닫혀 있어 클리퍼가 무언가를 사용해서 상공에서부터 보지 않으면 안의 상태는 알 수 없을 것 같다.


수위로 보이는 인영도 찾을 수 없고, 초인종 같은 것도 찾을 수 없다. 밤새 기다려 봤지만 누군가가 나와줄 상태도 아니다.


으스스할 정도로 이 장소는 고요했다.


그 동안, 엑셀라는 문의 시스템에 엑세스할 수 없을지 줄곧 조사하고 있었다.


"죄송합니다. 제 권한으로는 여기 시스템에 엑세스하지 못하는 모양입니다."


"어떡하지......"


날이 밝아오고 엑셀라가 확실히 무리라고 말해서 발을 동동 구를 수밖에 없었다.


아버지와 어머니가 이 『시설』 안에 있을 텐데.


"디 아이가 있었던 곳으로 가자.


이 시설은 《소용돌이》를 소멸시키기 위한 장소니까, 디 아이가 있었던 곳에서 조사와 작업을 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몰라."


"...... 그럼 다행이지만."


낙심한 나를 격려하듯이, 바이저는 제안해주었다.


그리고 꼬박 하루가 걸려 우리는 디 아이가 있었던 곳의 근처까지 발길을 옮겼다.


역시라고 해야 하나 당연하다고 해야 하나, 근처에서 작업하는 엔지니어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시설에 가도 시설 안에 들어갈 방법을 모르고 시설을 출입하는 사람도 없다.


시설에 간신히 당도하기 전날에 아버지와 어머니에게 연락을 넣었지만, 그에 대한 답신도 없었다.


"엑셀라, 이제부터 어떡하지......"


"여기는 일단, 주거지로 돌아갈 수밖에 없을지도 모릅니다."


가방 속에 있는 엑셀라와 이제부터 어떻게 할 것인지 이야기를 나눈다.


협정심문관에게 쫓기면서 아무도 없는 주거지로 돌아가는 것은 마음이 내키지 않은 정도는 아니다.


"어떻게 할까......"


"그러면 나의 조직에 오면 된다. 너의 불가사의한 힘이 갖고 싶어졌다."


고민하는 우리에게 바이저가 갑자기 이해하기 어려운 제안을 걸어왔다.


"조직? 대체 무슨 이야기지?"


"실은, 나는 너처럼 굉장한 힘을 가진 인재를 모아 새로운 세계를 만들고자 하는 조직의 사람이란 말이지."


"...... 무슨 말을 하는 거지?"


"지금 말하는 그대로야. 나의 조직에서 너는 그 힘을 휘두르는 거다. 협정심문관 따위가 간섭하지 못하게 할 테니 너의 안전은 보장될 것이다.


거기다 많은 일손을 준비할 수 있으니 너의 양친을 찾는 일도 더욱 간단해진다."


만났던 때와 변함없이 사람 좋아 보이는 미소를 유지한 채, 바이저는 이상한 이야기에 열을 올렸다.


협정심문관의 손에서 벗어날 수 있고 양친을 찾을 사람을 늘려준다는 말은 무척 매혹적인 이야기였으나,


그 외의 이야기는 너무 황당무계해서 도저히 받아들일 만한 것은 아니었다.


"루디아님, 이 인물은──"


엑셀라의 말에 경계음이 섞인다. 엑셀라도 바이저의 이야기가 수상하다고 판단한 모양이다.


"엑셀라, 저 말은 농담이 아닌 것 같네. 게다가......"


어느 순간인가, 주위는 검은 로브를 입은 패거리로 둘러싸여 있었다.


갑자기 나타난 이 패거리의 존재야말로 바이저가 말했던 말이 거짓말이 아니란 것을 설명해주는 것 같았다.


"너처럼 힘을 가진 자는 지금은 무척이나 희소하다. 모쪼록 우리 조직의 일원으로 받아들이고 싶다."


"이런 놈들까지 준비하고....... 이런 일을 당하고 네 그렇습니까라고 주억거릴 리가 없잖아."


"흠. 이렇게까지 해도 안 되는 건가."


"말을 듣지 않으면 힘이라도 쓰겠다는 거냐? 승려가 어처구니 없네."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소감은 아무래도 착각이었던 모양이다.


"나는 승려이기 이전에 조직의 일원이니 말이야. 자아, 다시 한 번 묻지. 우리 조직에 올 마음은 없는가?"


"거절한다!"


이런 곳에서 기괴한 조직에 가담할 수는 없었다.


달콤한 얼굴을 하면서 한번도 거절하는 걸 허락하지 않는 조직이라니, 절대로 신용할 수 없었다.


애당초 거부를 허락하지 않는다는 점은, 협정심문관과 흡사해서 소름이 끼쳤다.


어떻게든 이 장소에서 도망치지 않으면.


도망쳐버린다 해도, 자신을 기다리는 건 지금보다 더 가혹한 도피 생활일 것이었다.


그렇지만, 바이저가 하라는 대로 하는 건 단연코 틀린 것이었다.




갑자기, 전에 본 검은 안개 같은 게 발에 휘감겼다.


여기서 탈출할 수 있다면 뭐든 좋았다. 적어도 검은 로브 놈들의 포위망을 돌파할 수 있다면.


고주파 블레이드를 들고 힘껏 달리기 시작했다. 무기를 든 내가 곧장 돌진하면, 놈들은 우선 회피할 수밖에 없을 것이었다.


그렇게 생각하고 나는 땅을 찼다. 그래야 했다. (筈だった。해석?)


몸이 뭔가에 바짝 끌려가는 듯한 감각이 엄습했고, 정신이 들자, 나는 로브 패거리의 포위망을 돌파한 상태였다.


"놓치지 마라!"


바이저가 외쳤다. 로브 패거리가 일제히 이쪽을 향해 달려왔다.


로브 녀석들이 명령에 순종하는 걸 보면, 바이저는 젊은 데 비해 높은 지위에 있는 것이었다.




조금 전 원리불명의 도약이 얼마나 쓸모 있을지 몰랐다. 하지만, 가장 큰 목표는 무사히 이곳에서 도망치는 것이었다.


다시 한 번, 아까와 마찬가지로 발에 안개를 휘감는 이미지를 떠올리고, 이곳을 떠나보려고 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끌려가는 듯한 감각이 엄습하지 않았고, 그저 스스로 달릴 뿐이었다.


(아아, 그렇게 되려면 뭔가 조건이 있는 걸까......)


그렇지만, 그 조건이 뭔지를 느긋하게 생각할 시간은 없었다. 로브 녀석들이 길을 트기 위해 옆으로 확 퍼졌다.


그 끝에서 바이저가 손을 머리 위로 번쩍 쳐들고 있었다. 멀리서 보아서 잘 모르겠지만, 어떤 공격을 하려는 걸지도 몰랐다.


블레이드 주변에 안개가 휘감겨 있는 게 보였다. 자연스레 자신을 비호하듯이 블레이드를 들었다.


동시에, 블레이드에 강한 충격이 전해졌다.


"읏, 아파......" (いっ痛ぅ......해석?)


블레이드를 들고 있던 손이 저렸다. 바이저의 손이 빛났을 때 뭔가가 발사됐다. 그것만큼은 알 수 있었다.


바이저가 이쪽으로 향해 왔다. 또다시 손을 머리 위로 쳐들고 있었다.


다음 순간, 바람과 함께 충격이 전해졌고, 눈앞의 지면에 구멍이 뚫렸다.


"충격파?"


그 충격파의 정체가 뭔지를 생각할 시간도 없이, 두 번째, 세 번째 구멍이 내 주위에 뚫렸다. 경고의 의도일지도 몰랐다.


블레이드의 안개가 더욱더 검게, 짙어졌다. 반격할 수 있을 지도 몰랐다. 본능적으로 그렇게 느꼈다.


"다음번엔 맞힌다."


바이저는 어느새 목소리가 닿는 거리까지 다가와 있었다.


바이저의 동작에 맞춰, 나는 고주파 블레이드를 휘둘렀다.


블레이드 너머로 충격이 전해져 왔다. 바이저의 충격파를 끊어냈거나 튕겨냈거나, 둘 중 하나일 것이었다.




갑자기, 블레이드에 휘감겨 있던 안개가 굽이치더니 공중에 나선을 그렸다.


그것은 그대로 정체되어, 마치 검은 "소용돌이"처럼 되었다.


"뭐지!?"


바이저가 놀란듯이 소리를 질렀다.


"소용돌이"같은 뭔가의 출현은, 그에게도 뜻밖의 사태 같았다.


굽이치는 검은 "소용돌이"에서는, 내가 사용하는 힘과 흡사한 검은 안개가 솟아나고 있었다.


"우왓!?"


"소용돌이"에서 나온 검은 안개는 나의 발과 블레이드를 휘감고 있던 안개와 합쳐져서, 내 온몸을 감싸듯이 휘감아 왔다.


몸이 떠오르는 느낌이 들었고, 시야가 상승했다.


안개는 전혀 사라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나는 "소용돌이"에 끌어당겨졌다.


"큭......" (く......해석?)


"루디아!"


바이저가 달려와 손을 뻗어왔다. 안개에 휘감긴 나를 도우려는 걸까.


하지만, 그의 손이 내게 닿으려고 하는 순간, 나는 반사적으로 몸부림쳐서 그의 손을 뿌리쳤다.


그의 행동의 본심이 뭐든 간에, 나는 그에게 도움 받고 싶지 않았다.


그에게 구출되면 결국엔, 나는 그의 조직에 붙잡혀 버리는 것이었다.




나는 "소용돌이"에서 출현한 검은 안개에 끌어당겨지는 것처럼, 그 건너편으로 끌려 들어갔다.


이 세상에서 마지막으로 본 것은, 바이저가 경악해서 눈을 크게 뜨고 있는 모습이었다.


- THE EN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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