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의 번역기와 1%의 수정으로 이뤄졌습니다.
*따라서 탄산수에 부채질 할 수 있습니다.
*말투 또한 어림짐작으로 설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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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어원본 : http://dcunlibrary.tistory.com/669
2839년 [화재]
그날, 마리넬라는 공중으로 부상하기 전의 판데모니움으로 와 있었다.
판데모니움 건설계획의 최고책임자인 불리악(ブリアック)의 안내를 받아 판데모니움의 최하층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곳이 레드그레이브님의 거실입니다."
언뜻 보기엔 아무것도 없는 벽이었지만, 불리악이 패널을 조작하자 벽이 문처럼 열리며 유리창 하나가 나타났다.
유리 속은 수조로 되어 있었고, 그 끝엔 크고 작은 각종 케이블이 연결된 뇌가 떠 있었다.
오늘의 목적은 뇌뿐인 존재가 되어 잠에 든 레드그레이브가 제대로 판데모니움으로 호송되어 안치되어 있는지를 직접 확인하기 위함이었다.
"거실...인가."
마리넬라는 가벼운 한숨과 함께 답했다.
거실이라고 하면 듣기엔 좋았지만, 수조와 그것을 둘러싼 기계로 채워진 이 방은 실험실 또는 뭔가처럼 보였다.
***
하지만 그 생각을 마리넬라는 즉시 떨쳐냈다.
뇌뿐인 존재가 되었으나, 레드그레이브는 생명활동을 정지한 게 아니었다.
살아있는 사람에게 그런 말을, 하물며 존경해 마지 않는 절대적인 최고지도자에게 사용해서 좋을 리가 없었다.
"깨어나신 후엔 어떻게 되지?"
마리넬라는 생각을 가다듬고 불리악에게 물었다.
레드그레이브의 각성이 마리넬라의 사후인 것은 확정사항이었다.
레드그레이브와 이 거실의 존재도 긴 시간의 흐름에 견디지 못하고 어느 정도 유실될 것이라곤 상정하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과거의 최고지도자가 눈을 떴을 때, 그 시대의 판데모니움의 지도자들은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
레드그레이브의 존재를 옛날의 존재로 은닉하고 살해할 가능성까지도 생각할 수 있었다.
그것이 마리넬라의 걱정이었다.
***
"깨어나신 후엔 레드그레이브님의 의지 하나만으로 지도권이 넘겨지도록 시스템을 구축했습니다."
"보안은?"
"이 거실에 관한 모든 시스템은 저 문 외엔 전부 레드그레이브님의 뇌파에 의해서만 운용되도록 되어있습니다. 외부로부터의 조작을 받을 일은 없습니다."
"해킹에 대한 대책은?"
"거실의 관리 시스템은 판데모니움의 모든 네트워크에서 독립되어 있습니다. 이곳으로 오지 않는 한 불가능합니다."
"그렇다면, 조금 전의 지도권 이양 시스템과 모순된 건?"
"레드그레이브님의 각성뇌파를 감지한 시스템에 의해 중앙통괄탑을 관장하는 장소로 물리적인 케이블이 연결됩니다. 그 이후는 레드그레이브님의 뜻대로입니다."
불리악은 마리넬라의 질문이나 의문에 막힘없이 답했다.
"관리 시스템 AI는 벌써 가동하고 있나? 관리 시스템에 오류가 발생하는 경우엔 어떻게 복구하지?"
***
"세 AI를 가동하여 항상 AI끼리 및 시스템을 감시하고 있습니다. 어느 하나라도 AI에 오류가 발견되면 다른 정상적인 AI에 의해 곧바로 복구가 이뤄지도록 만전을 기하고 있습니다."
"그런가. 문제는 없을 것 같군."
"모든 건 레드그레이브님을 지키기 위함입니다. 하지만 의료팀의 말에 따르면, 위대하신 분의 두뇌를 보호하려면 이것으로도 부족하다고."
"클론을 사용하지 않은 생명의 유지는 미지의 영역이다. 레드그레이브님을 언제까지 지킬 수 있을지 의료팀도 불안할 것이다."
"불안한 건 당연하지만, 인류를 위해 우리는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의 일을 다할 수밖에 없습니다."
불리악의 말은 의연했다. '소용돌이'로부터 인류를 구하기 위해 떠난 레드그레이브의 생명을 맡은 기개가 느껴졌다.
"레드그레이브님이 다시 통치를 시작하는 데 지장을 주는 게 없다면, 그것으로 좋다."
자신들의 사후, 레드그레이브의 재통치에 지장을 주는 것이 생길 가능성을 제거하는 게 절대적이었다.
그리고 마리넬라의 임무는, 레드그레이브가 깨어날 때까지 시행될 통치체제를 견고하게 해두는 것이었다.
***
"그건 저희도 잘 알고 있습니다."
불리악의 말에 마리넬라가 답하려고 한 그때였다.
가슴 주머니 속에서 통신용 디바이스가 진동했다.
"미안하다, 잠시 실례하겠다. 무슨 일이지?"
"바쁘신데 죄송합니다. 레기나(レギーナ)님으로부터 긴급통신이 들어왔습니다."
비서관에게서 온 것이었다.
레기나는 마리넬라와 같은 레드그레이브의 후임지도자였다.
본래 정무 담당 엔지니어가 아닌, 연구직에 종사하는 엔지니어들을 종합 정리하는 연구 총괄 담당 엔지니어였다.
그녀는 장벽 생산 대책에 주력하고 있기에, 그녀로부터 통신이 들어오는 건 '소용돌이' 대책에 뭔가 문제가 발생했을 때였다.
"알았다. 즉시 대응하겠다. 불리악, 이만 실례한다."
"예. 그럼."
***
불리악과 헤어지고 최하층에서 지상으로 나오는 길에 마리넬라는 레기나에게서 온 통신을 받았다.
"무슨 일이지. 간략하게 부탁한다."
"알겠다. 인페로다 지구에 있는 장벽공장 중 하나에 화재가 발생했다. 주변의 공장도 그 여파를 받아 일시적으로 가동을 중지하고 있다."
"발화 지점은 규명되었나?"
"냉각장치를 생산하고 있는 지구에서다. 원인은 조사중. 그것보단 우선 화재로 인한 장벽 준비의 지연을 보고하는 게 먼저라고 생각했다."
"그런가. 지체 일수와 그 회복에 대한 시뮬레이션 결과를 바란다."
"그쪽은 현재 추산중이다. 앞으로 한 시간 정도면 보고할 수 있을 것이다. ...마리넬라."
담담하게 보고를 주고받는 두 사람이었지만, 레기나가 마리넬라를 부르는 목소리에 긴박한 기색이 서렸다.
"...? 뭐지?"
"한번, 구엔(グエン)과도 함께 회의를 하고 싶다. 될 수 있다면 오늘 중으로."
"그건 상관없지만, 갑작스럽군."
***
"이번 화재, 인위적으로 일어난 것이다. 그것에 대한 견해와 차후의 집정에 미칠 영향을 논의하고 싶다."
"뭐라고?"
레기나의 요청에 따라 각지에서 '소용돌이' 대책으로 분주한 세 명의 지도자가 오랜만에 얼굴을 마주했다.
세 사람이 한 자리에 모인 건 지도자로 선정된 취임식 이래 처음이었다.
회의는 통치국에 있는 보안 및 방음이 우수한 장소가 선정되어 회식의 형식으로 이뤄지게 되었다.
세 사람 모두 시간이 부족했다. 회식의 형식이 아니면 시간을 조정하기도 여의치 않았다.
"자, 바쁜 와중에 모여달라고 해서 미안하다."
회의의 주최인 레기나가 말문을 열었다. 마리넬라와 구엔의 표정에 긴장감이 감돌았다.
***
"인페로다 지구 제20번째 공장에서 일어난 화재에 대해선 보고한 대로다. 우선 화재의 원인과 과거에 발생했던 사고에 대해 설명하지."
레기나는 식사로 들어가기에 앞서 갱신된 화재에 대한 추가보고를 시작했다.
화재는 장벽의 가동장치에 사용되는 냉각수의 봉입 누수 때문에 발생한 누전이 원인이었다.
그전에도 다른 부품 제조 공장에서 누전이나 제조기계를 고장낼 수 있는 이물질의 유입 문제 등이 높은 빈도로 발생하고 있었다.
지금까진 현장 작업원들의 신속한 발견을 통해 미연에 방지할 수 있었지만, 결국 화재로 발전된 것.
하지만 이번 화재에서는 화재 발생 한 시간쯤 전에 냉각수 봉입 시설의 주변에서 담당자가 아닌 직원이 감시 카메라에 찍힌 것.
그것들을 설명했다.
"이번 화재가 발생하기 전까진 그런 것들은 낮은 레벨의 사고로 보고되어 왔다. 그렇게 해도 괜찮은가?"
보고를 다 들은 구엔이 입을 열었다.
구엔은 '소용돌이'로 인해 초래된 재해 구조를 담당하는 지도자였다. 원래는 치안국에서 요직을 맡고 있던 엔지니어였다.
***
세 사람 모두 레드그레이브 세대 이후에 만들어져, 본래대로라면 지금보다 훨씬 먼 훗날의 세계를 짊어질 예정이었던 테크노크라트였다.
"그렇다. 이번 화재 전까진 과잉 노동으로 인한 휴먼 에러(human error)의 일종으로 처리되어 왔다.
그랬기 때문에 나한테까지 상세한 보고가 올라오지 않았던 것이다."
인페로다의 장벽생산공장은 오토마타도 사용할 수 없는 상황에서 '소용돌이'로 인한 피해 때문에 인원도 부족했다.
직원들은 항상 과중 노동 상태여서 피로 때문에 실수가 발생하는 것은 피할 수 없었다.
"하지만, 과거의 사례에서 미심쩍은 점은 없었나? 이번엔 왜 수상한 사람이 카메라에 찍힌 거지?"
"위험도의 높고 낮음이야 있지만, 공장 현장에서 실수는 흔한 것이다.
실제로, 그때마다 다른 직원을 통해 개선을 포함한 대응이 이뤄지고 있다.
이번엔 그걸 견디지 못하고 속이 들끓었을 가능성이 높다."
"조급함이 빈틈을 만들어서 의심스런 행동을 한 사람이 카메라에 찍힌 건가."
"아마도. 장벽공장의 관리부실은 내 책임으로 직접 이어진다. 즉, 그걸 일부러 노릴 필요가 어딘가의 누구한테 있었다는 것."
"사고를 빈번하게 발생시킴으로써 레기나의 책임을 추궁하기 위해서, 인가."
구엔이 말을 짚었다. 그 말에 레기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 것이다. 나의 지도력 부족을 지적하며 불신임안을 제출, 결의에 따른 지도자 교체. 그런 것일 테지."
"우리들의 집정엔 신속한 판단과 실수 없는 결단이 요구된다. 그것에 조금이라도 잘못이 있다면 손쉽게 지도자의 자리를 차지할 수 있다. 그런 시나리오인가."
"하지만, 그런 무리가 이런 현황 하에서의 정무를 감당해낼 수 있다곤 생각할 수 없다."
마리넬라는 당연한 것을 말했다.
마리넬라를 필두로 한 세 명의 지도자는 '소용돌이'의 위협에서 얼마나 인류를 지킬 수 있을지에 초점을 맞춰 결정되었다.
선정시의 항목에선 사심 없이 집정할 수 있는지의 여부도 보고 있었다.
자신의 이익이나 욕망을 우선하는 인물이 지도자의 임무를 잘 수행해낼 수 있다곤, 마리넬라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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