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스 R1 [LogType : DEBUG]
...... ID : M0003
...... 기동 시간 : 115678
...... 로그 유형 : DEBUG
- 기동 불가
- 기동 불가
- 기동 불가
- 기동 불가
콘솔에 표시되는 로그를 바라보며 워켄은 컵으로 손을 뻗었다.
어두운 연구실 시술대에는 빛이 바래고 진흙투성이가 된 오토마타가 누워 있었다.
수많은 전선이 오토마타의 머리와 콘솔을 연결하고 있었다.
워켄이 콘솔을 조작하자 오토마타의 ‘기억’이 그래프로 표시되기 시작했다.
워켄은 화살표로 결합 된 유향 그래프 중에서 가장 결합이 잘 이루어진 노드를 선택했다.
콘솔의 화면이 바뀌며, 선택한 오토마타의 기억이 동영상으로 재생되었다.
워켄이 시제품을 위한 프로토타입으로 만들어 낸 오토마타는 암흑 속을 나아가고 있었다.
워켄이 그에게 준 목표는 무너져버린 어느 건물의 조사였다.
복잡한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하지 않은 간단한 작업이지만, 워켄은 오토마타가 조사 환경에 더욱 유리할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로그를 바라보고 있는 워켄의 얼굴은, 꺼졌다 켜지기를 반복하는 콘솔에 표시된 이미지의 반사 빛으로 반짝이고 있었다.
화면에 표시되고 있는 프로토타입의 시야에 붉게 빛나는 두 눈이 비쳤다.
하지만 눈 이외의 모습은 희미하여 정확히 알아볼 수 없었다.
동영상 옆에 표시되는 로그에는 위험을 인식했을 때 생기는, 인간에 비교하자면 두려움의 감정에 해당되는 그래프가 높은 수치로 표시되고 있다.
재생되고 있는 영상은 기억으로 압축되는 과정에서 대략적인 인상으로밖에 저장되지 않는 데이터였다.
하지만 선택적 주의 메커니즘 덕분에 선별된 부분은 세부까지 상세히 표시된다.
이 동영상에서는 두 개의 붉은 눈동자만이 선명하게 보이고 있었다.
프로토타입의 시야에서 붉은 눈동자가 사라지고 얼마간 화면이 심하게 흔들렸다.
감정을 나타내는 그래프가 격렬한 반응을 보이고 있었다.
이미지가 크게 뭉개지며 그대로 움직임이 멈췄다.
프로토타입은 아무래도 이 ᄈᆞᆯ간 눈의 소유자에 의해 파괴된 듯 했다.
콘솔화면에 기능정지 문자가 출력되며, 로그 표시는 멈췄다.
워켄은 잠시 그대로 화면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는 다시 한 번 같은 기억을 재생시켰다.
빨간색 두 눈이 나오는 장면에서 동영상을 일시 정지한다.
워켄은 정지화면 너머로 보이는 붉은 눈을 가진 ‘무언가’의 윤곽에 주시했다.
“이것은...”
워켄은 그렇게 중얼거리며, 들고 있던 컵을 내려 두고 서둘러 프로토타입의 수리를 위해 일어섰다.
...... ID : M00012
...... 기동 시간 : 74220502
...... 로그 유형 : DEBUG
- 기동 성동
“닥터. 이 아이, 깨어났어요.”
도니타는 무기질 가면을 쓴 프로토타입의 얼굴을 들여다보고 있다.
“방금 재기동했어. 이제 테스트 시작이다. 좀 도와줄래?”
워켄은 프로토타입의 옆에서 콘솔을 조작하고 있다.
프로토타입은 몸을 일으켜 세운 뒤 자신의 다리로 일어섰다.
“저기요, 어째서 이 아이는 말하거나 표정을 바꾸거나 할 수 없어요?”
이제 막 만들어진 도니타의 아이와 같은 호기심은 가면을 쓴 오토마타를 향해 있었다.
프로토타입의 얼굴 앞에 손을 흔들며 반응을 유도한다.
“너와는 달라서 그런 기능은 가지고 있지 않아.”
워켄은 콘솔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도니타와 대화를 하고 있다.
“나도, 이 아이도 닥터가 만든 거죠?”
“아, 물론이지. 단지 기술의 출발점도 목적도 다르긴 하지만 말이야. 특히 네 기본 두뇌는 상당히 특별한 거야.”
“특별?”
“그래. 자, 그럼 이제 센서 테스트를 시작하자. 그 앞에서 움직여 볼래?”
대화를 하며 워켄은 프로토타입의 테스트를 시작했다.
“이렇게?”
도니타는 마치 장난감 병정처럼 양쪽 팔다리를 높이 들며 프로토타입의 앞을 걷고 있다.
“그래 좋아, 도니타. 네 두뇌는 어느 설계도를 바탕으로 만들었단다. 이 프로토타입이 발견한 코덱스에서 꺼낸 설계도 말이지.”
“흐음...”
“그렇기에 네 진정한 능력은 나도 아직 모르는 부분이 있다.”
“뭔가 좀 기분 나쁜 소리로 들리네요.”
도니타는 조금 전까지의 천진난만한 모습을 숨기고 진지한 얼굴을 하고 있다.
“그런가? 너는 둘도 없는 경이로움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면 좋을 거야.”
워켄은 도니타를 부드러운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그.. 내 설계도라는 건 어디에서 온 거에요?”
“과거야. 아주 오래전, 오토마타가 지금보다 많이 만들어졌던 시대의 것이란다.”
“나와 같은 것이 많았어요? 옛날에는?”
도니타의 표정이 다시 밝아진다.
그 감정은 평범한 소녀처럼 자연스러운 것이었다.
“그래. 지금은 벌써 잊혀 버렸지만 말이야.”
“난 그 시대에도 살아 있었을까?”
“그건 좀 더 알아봐야만 해. 자, 준비 끝.”
워켄은 콘솔 앞에서 일어섰다.
“그런 과거의 역사를 알아내기 위해서라도 좀 더 조사가 필요해. 그를 데려가서 조사를 함께 해줬으면 하는데.”
“네~.”
도니타는 천진난만하게 대답했다.
...... ID : M00024
...... 기동 시간 : 755368789
...... 로그 유형 : DEBUG
- 자폭 판단 중단
맥스의 연산기는 자폭을 선택하려는 중이었다.
적어도 에바리스트, 잘하면 그를 보호하고 있는 아이자크도 같이 죽일 수 있다고 확률 연산이 완료됐다.
“지금은 아니다. 맥스, 일단 물러서라.”
머릿속에 브레이즈의 목소리가 울려 퍼진다.
브레이즈는 맥스가 에바리스트를 습격하려는 것을 처음부터 끝까지 감시하고 있었다.
맥스가 자살하려고 하는 것도 모니터 되고 있었다.
맥스는 알겠다는 콜사인의 전자음을 회신했다.
아이자크가 추격자를 보낸다면 전투는 분명 길어지게 될 게 확실했지만, 맥스는 브레이즈의 명령에 따랐다.
검을 내린 뒤, 방향을 바꿔 재빨리 그곳을 벗어났다.
맥스는 밤중의 제국 도시를 마치 날아가듯 달려나간다.
그의 주홍빛 외투가 밤바람에 나부낀다.
추격자는 없었다.
달리는 중에 맥스는 마음속에 희미하게 향수와 비슷한 감정이 솟구치는 것을 느꼈다.
브레이즈는 습격지점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높은 첨탑의 한쪽에서 맥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단, 그 옆에는 맥스가 모르는 검은 옷을 입은 자가 서 있었다.
“우리의 힘, 잘 보았는가?”
브레이즈가 검은 옷을 입은 자에게 말을 건다.
검은 두건을 한 그자의 표정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놈들의 힘도, 귀공들의 힘도 확실히 알았다.”
검은 옷을 입은 자가 말한다.
그 목소리에는 어딘가 모르게 단아한 울림이 있었다.
“거래는 성립인가? 아니면 없었던 것으로 할 것인가?”
브레이즈는 검은 옷을 입은 자에게 묻는다.
“성립이다.”
대답하는 검은 옷을 입은 자의 얼굴을 달빛이 비춘다.
맥스는 잠시 후 그자도 가면을 쓰고 있다는 것을 인식했다.
...... ID : M00016
...... 기동 시간 : 193216567
...... 로그 유형 : DEBUG
- 정상종료
“이 정도면 괜찮은가?”
판데모니움의 엔지니어, 송의 목소리가 연구실에 울렸다.
곁에는 기동 중이지만 누워있는 프로토타입이 시술대에 놓여 있다.
“드문 일이군. 자네가 인간의 몸을 요구하다니 말이야.”
송은 프로토타입의 옆에 흑발을 한 마른 체격의 청년을 눕힌다.
“테스트해 볼 수밖에 없다. 당신들의 요구도 있지 않았나?”
워켄은 지금부터 시작할 작업을 위한 도구를 확인하고 있었다.
“그렇다네, 어떻게든 전력이 필요한 상황이지. 하지만 이런 걸로 그것이 가능할 것인가?”
“요구하는 스펙을 재때에 납품하려면 이 방법 말고는 없다. 결코, 내가 원해서 하는 게 아니다.”
워켄은 감정을 억누르며 송에게 단언했다.
“이쪽도 준비됐습니다.”
도니타가 프로토타입의 앞에 모습을 보인다.
프로토타입의 시야 밖에서 기기를 준비하고 있었던 것 같다.
“그럼, 우선은 프로토타입의 전원을 꺼줘.”
“네.”
도니타의 목소리를 마지막으로 프로토타입의 의식은 점차 어두워지고 있었다.
- THE EN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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